사실과 오해

국민건강보험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

‘얼·죽·아’가 불러오는
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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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음료를 자주 마시는 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위장관이 수축해 소화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 빈혈 등 혈관 질환과도 관련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가 ‘얼죽아’를 둘러싼 사실을 전한다.

  박지영 사진 송인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

진료분야 : 대장암, 대장용종,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장증후군

Q1

흔히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고 말합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찬 음료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나요?

A 찬 음식과 마찬가지로 찬 음료를 마시면 위장관이 급격히 수축하며 소화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화기관의 온도가 내려가고 위장관이 수축하면서 소화효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소장에서 장시간 머무르게 되면 방귀, 속이 더부룩한 복부팽만,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차가운 음료를 급하게 마시면 혈액 순환을 방해해 손과 발이 하얘지는 수족냉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겨울철 건강을 위해서는 차가운 음료보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게 낫습니다.

Q2

역류성식도염, 과민성장증후군 등 질병이 있다면 찬 음료를 피해야 할까요?

A 역류성식도염, 만성 위장염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면 찬 음료를 되도록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위 점막이 손상된 상태에서 찬 음료가 식도·위 등에 자극을 줘 설사나 복통, 위장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 또한 위산 분비량을 늘려 역류질환을 유발하므로 역류성식도염 환자라면 더더욱 ‘얼죽아’를 피해야 합니다.

반면 설사를 동반한 복부 경련, 변비, 혹은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면 과민성장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은 대장 벽 근육의 비정상적인 수축으로,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구역질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역류성식도염은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원인이 되는 질환이기도 하므로 평소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카페인이나 술, 담배, 맵거나 찬 자극적인 음식과 고지방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커피를 마셔야 화장실을 잘 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도 아이스 커피를 제한해야 할까요?

A 커피를 마시면 변의를 느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커피에 함유된 가스트린 호르몬(Gastrin hormones)과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s) 성분의 영향이라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의하면 커피는 가스트린 분비를 촉진하고 이에 따라 소화가 활발해지면서 배변 활동이 빨리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클로로겐산 성분은 위산의 생성량과 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산에는 소화효소가 섞여 있기에 소화 과정이 빨라지고 배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커피가 간 건강에도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University of Southampton)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2잔씩 마시면 간경변증의 위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커피가 무조건 소화를 돕고 변비 해소에 좋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소화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데, 커피로 인해 과정이 빨라질 경우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위장에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4

찬 음료를 마시면 고혈압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혈압은 날씨의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도 내려갈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이완기 혈압은 0.6mmHg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 아침에는 혈관 수축이 활발해져 혈압이 오를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같은 찬 음료를 마시면 고혈압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한 커피 속 카페인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신경과민, 불면증 등을 부릅니다. 과한 이뇨작용으로 신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카페인의 하루 섭취 권고량을 성인 기준 400mg 이하로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Q5

얼죽아와 빈혈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A 빈혈이라 하면 흔히 어지럼증을 떠올릴 텐데요. ‘철분 결핍성 빈혈’은 추위에도 얼음을 띄운 음료를 찾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적혈구 생성에 필요한 철의 양이 적어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낮은 경우를 말합니다. 얼굴이 창백하고 만성 피로를 겪으며 추운 날에도 찬 음료를 자꾸 찾는다면 철분 결핍성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의 약 60.5%가 얼음 중독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 빈혈 환자의 88%는 얼음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냉섭취증을 앓고 있었으며, 철분을 보충하자 더 이상 얼음을 먹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얼음을 먹는 행위가 철분 결핍으로 인해 나타나는 혓바늘, 구강건조, 구내염 등의 증상을 호전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빈혈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Q6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들 권합니다. 차가운 물을 마시면 살이 안 빠져서인가요?

A 따뜻한 물을 마시게 되면 몸의 순환이 원활해지고 위, 장 등 체내 장기가 활발하게 움직여 소화가 잘됩니다. 반면 차가운 물을 마시면 몸의 장기가 수축하면서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순환도 잘되지 않습니다. 정체된 몸은 내장 지방의 축적을 가속화해 마른 비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따뜻한 물을 마시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체온도 높아져 면역력 및 내장기능이 강화됩니다. 체온이 1도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이 올라가 우리 몸이 활발하게 지방을 분해할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 중이라면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드시길 추천합니다.

Q7

얼음을 먹으면 맵거나 열량 높은 음식을 먹을 때처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요?

A 평소에 아이스커피나 맥주 같은 찬 음료를 선호한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포만감을 주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는 현상은 스트레스 때문에 교감신경이 흥분했다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통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려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 박동이 상승하고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면서 혈관이 수축됩니다. 이 경우 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얼음,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평소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