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상속으로 쫄딱 망하게 생겼다는 하소연도 종종 들린다. 상속세 낼 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가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상속을 둘러싸고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인생의 평안한 마무리를 위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게 바로 상속이며, 현명한 상속은 노후설계의 화룡점정이다.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기도 하는 상속에 대해 알아본다.
글 손성동(한국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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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상속 문제로 작은아버지와 다투다 살해 뒤 달아난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2023년 1월 8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9)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27일 오전 6시 37분께 작은아버지(76)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A씨는 피해자에게 상속된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자신의 어머니 재산마저 압류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현장에서 달아난 A씨는 모 저수지 인근에서 다섯 시간 만에 검거됐다. 그는 저수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인근을 수색 중이던 경찰과 구급대원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위 내용은 모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를 조금 수정한 것이다. 필자의 가까운 친척 중에서도 상속문제로 인해 형제간에 사달이 난 경우가 있다. 남의 집 이야기라 치부하기에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게 바로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다.
명확한 상속 의사 전달
상속분쟁의 대부분은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 상속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거나 제대로 된 상속의사 없이 상속인이 사망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피상속인은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에 대한 처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신이 편애하는 자식에게 더 많은 상속을 하고, 이에 대해 나머지 상속인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상속분쟁으로 비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게 기여분과 사전증여 문제다. 기여분은 상속인이 상당 기간 동거나 간호 등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와 재산의 출연이나 노동의 제공을 통해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 또는 증가하는 데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기여분이 있으면 법정 상속비율보다 많은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사전증여는 상속개시 이전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말한다. 이것이 상속인 간에 공평하게 이루어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게 증여받은 상속인은 불만을 가지게 된다.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을 하더라도 기여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상속인은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사전에 증여를 적게 받은 상속인 역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상속을 차일피일 미루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정신상태가 명료할 때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전체 상속인의 이해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참고로 법정 상속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증손자녀)과 배우자이며,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증조부모)과 배우자,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 혈족(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 등)이다. 자녀와 배우자 간의 법정 상속비율은 ‘1:1.5’이며, 상속인에 배우자가 없다면 상속인 간에 균등비율로 배분한다.
부채도 상속 대상
상속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두 번째 경우는 빚을 상속하는 것이다. 상속에는 피상속인의 재산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부채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상속인 사망 후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은 상속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빚 독촉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상속받았는데 갑자기 20억의 채무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피상속인이 진 20억 원의 채무 역시 상속인에게 상속되므로 상속인이 갚아야 한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고하는 게 좋다.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상속의 효력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행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상속포기를 위해서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속재산의 전부 포기만 인정되는 상속포기와 달리 한정승인은 상속으로 취득하는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방법이다. 한정승인 역시 3개월 이내에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한정승인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고나 통지 등 일체의 청산절차를 상속인이 직접 진행해야 하고 상속채권자들의 개별소송이나 강제집행 등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상속세
상속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상속세이다.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이재용 회장 등 삼성가의 상속인들이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 주식 매각 등을 추진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된다. 일반인들의 경우 이처럼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상속세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주거용으로 집 한 채를 상속했는데, 상속세 낼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최저 10%에서부터 최고 50%까지 누진세율로 과세된다. 예를 들어 상속세 과세표준이 7억 원인 경우 상속세는 1억 5,000만 원(=(7억 원×30%)-누진공제 6,000만 원)이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세 과세표준이 5개 구간(1억원 이하, 5억 원 이하, 10억 원 이하, 30억 원 이하, 30억 원 초과)에 따라 세율이 10%씩 높아진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과세표준이 낮은 구간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전증여 플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상속세 계산은 워낙 복잡하므로 자세한 내용은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