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하지만
실한

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주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건강보험> 독자들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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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즐거움

김인순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기 위해 책을 챙겨 나왔다. 2주간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고를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독서 루틴이 생각보다 빠르게 내 일상에 자리 잡았다. 매일 서너 시간은 꼭 책을 읽자고 맘먹었는데 이 새로운 취미생활을 예상보다도 즐기게 됐다.

사실 독서 루틴은 위기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중년이 되기 전부터 깜빡깜빡했던 기억력이 몇 년 새 심각한 건망증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먹으려고 전날 사 왔던 찹쌀떡이 저녁에서야 생각나고, 분명히 뭔가 검색하려고 인터넷을 켰는데 내가 뭘 하려고 했지? 누군가에게 전화하려 폰을 들었는데 누구한테? 뭔가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문을 연 순간 왜 연 거야? 이런 일이 반복되고 대화하다가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맥이 끊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서관에 등록한 건 그 위험 신호 때문이다. 독서가 뇌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니까. 물론 효과가 원하는 만큼 금세 나타나진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다.

학창 시절 이후 수십 년 만에 가까이한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공감 가는 글귀부터 재치 넘치는 젊은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톡 쏘는 탄산음료같이 일상에 자극이 되었다. 낯선 영역의 지식 습득도 재밌고 장편 역사소설 속 이야기의 타래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곤 했다. 때론 감탄도 나온다. “이런 문장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역시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게 아니었어!”

나는 새롭게 발견한 책 세상에 푹 빠져 연말연시의 번잡함도 잊고 TV 보는 시간도 줄었다. 많이 읽고 배우고 운동하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2024년 아자아자 파이팅!!

우리들의 소확행 홈트레이닝 일러스트

새끼 고양이 키우기

박봉례

남편과 함께 주말이면 가끔씩 들르는 오래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시골집에 딸린 창고 한구석에 누가 낳았는지 모를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버려져 있었다.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대로 놔둘까도 했지만, 추운 날씨에 혹시나 얼어 죽을까 봐 걱정되어서 결국 도시에 있는 우리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이 새끼 고양이는 생각보다 너무 힘도 없고 많이 약해 보였다. 집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약과 영양제를 처방받아 먹이고 방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하루 종일 힘없이 잠만 자던 새끼 고양이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를 넘기고 나니 이제 어느 정도 건강해진 새끼 고양이는 우리 집 여기저기를 탐색하고 돌아다니며 제법 고양이답게 잘 자라고 있다. 처음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 꺼려 했던 아이들도 이제는 이 새끼 고양이에게 ‘송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지어주고 침대에서 안고 자기도 하며 많이 예뻐해주고 있다.

한겨울에 길고양이로 태어나 자칫 잘못될뻔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 집의 귀염둥이 막내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새끼 고양이 송이.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되어 감사한 생각이 든다. 우연히 맺어진 새끼 고양이 송이와의 소중한 인연 덕분에 우리 식구들의 마음속에서 작은 행복이 점점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소확행 카네이션 봉투 일러스트

‘우리들의 소확행’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지만 소중한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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