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대장정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으로 시작해 <한산: 용의 출현>을 잇는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 <노량: 죽음의 바다>를 완성했다. 배우 이규형은 마지막 항해를 함께할 수 있어 거듭 ‘영광이다’라며 이순신 장군과 김한민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노량>에서 이규형은 왜군의 중심인물인 고니시의 부장 아리마 역을 맡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글 남혜연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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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은 운명, 영광이었고
많이 배웠다
운명이었을까. 아니, 배우 이규형에게 이 영화는 행복이자 자부심이었다. 이규형은 먼저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중간중간 울컥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조선의 손꼽히는 영웅이시지 않냐. 역사가 스포일러라 알고 봐도 그 과정 자체도 되게 장엄하고, 묵직한 저 북이 계속 제 가슴을 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남다른 감정을 밝혔다.
“모든 배우분들이 이번 작품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던 것 같아요. 물론 배우들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야 늘 그렇겠지만, 이순신 장군님의 이야기인데 3부작의 마지막이고 또 김한민 감독님의 작품이라서 더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에 출연한 계기도 궁금했다. 김한민 감독과의 작업 그리고 대선배들과 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는 거듭 ‘영광이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산> 촬영이 끝나고 바로 한 달 뒤에 <노량> 촬영에 들어갔어요. <한산>이 나오기 한참 전이었으니까 <명량> 같은 작품을 보면서 ‘나는 저런 대작에 언제쯤 출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침 <노량>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영광이었죠. 반대편에서 작품이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을 이끌어나가야 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목숨 걸고 해야겠다 싶었어요. 왜군이라서 싫었냐고요? 전혀요. 빌런들도 사실 잘 그려지면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잖아요.(웃음)”
날 선 역할을 맡았을 때는 서늘한 느낌이 강하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은 해맑은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냈던 이규형의 카메라 밖 모습은 어떨까. 한 관계자는 “챙겨주고 싶은 배우다. 모두와 잘 어우러져서 늘 분위기를 띄운다”고 귀띔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규형은 “감독님이 너무 예뻐해주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힘들었지만 정통 사극에 참여하게 돼서 좋았어요. 마냥 행복했죠. 대단한 선배님들, 김한민 감독님이라는 거장과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이뻐해주고 챙겨주셨죠. 김한민 감독님은 임진왜란 7년을 전쟁 박사처럼 잘 알고 계셔서 그런 부분을 촬영 전에 설명해주셨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탄의 연속,
배우 이규형이
김윤석을 만났을 때
한 사람의 연기는 누군가를 감동시키기도 하고, 되돌아보게 하며, 먹먹함을 느끼게도 한다. 바로 이규형이 선배 김윤석의 연기를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감정이 남달랐던 건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규형은 먼저 “현장에서는 조선군과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호흡을 맞출 기회도 없었고, 그들의 모습도 완성된 영화를 통해 처음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윤석 선배님의 이순신 장군님을 봤을 때, 앞선 최민식, 박해일 선배님 모두 물론 훌륭했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노량>은 특히 장군님이 돌아가신 마지막 전투라는 것을 알고 봐서 그랬는지 이순신 장군님의 캐릭터도 더 장엄하게 느껴졌어요. 김윤석 선배님의 전체적인 아우라가, 제가 그동안 머릿속에 그렸던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느낌이었어요. 저음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감정을 싣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도 먹먹하게 느껴지는 신비로움이 있었어요.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라 보는 내내 울컥했어요.”
그는 또한 극 중 마지막 장면인 이순신 장군이 북을 치는 명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니, 이 장면에서 존경심을 거듭 드러냈다.
“김윤석 선배님이 북을 치는 장면은 마치 제 가슴을 치는 것 같았어요. 기나긴 7년 전쟁에서 자신의 아들도 죽임을 당하고 감정적일 것 같지만, 드라이하게 표현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에 힘이 실려 있는 것 같았죠. 선배님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작품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어요.”
이번 작품에는 김윤석 외에도 박훈, 김성규, 안보현 등 평소 이규형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스크린으로 마주할 때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며 그는 이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박)훈이 형은 대학로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고, (김)성규도 친하고, (안)보현이와도 캠핑을 같이 다닐 만큼 원래 친한 사이였어요. 그래서 홍보도 편하게 하고 있죠. 그런데 스크린에서 볼 땐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안)보현이가 북 치는 장면에서는 그 얼굴이 딱 드러나는데 막 눈물이 났어요. 또 (박)훈이 형의 ‘발포하라!’는 들을 때마다 멋있더라고요.”
변발에 10kg 감량,
일본어 공부까지 모든 것이 도전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규형은 왜군 장수 아리마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고 싶었고, 그래서 연기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치열하게 노력했다. 첫 도전은 완벽한 일본어로 대사를 소화하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왜군 장수다워 보이게 말이다.
“일본어 선생님 네 분과 같이 대본을 공부했어요.(웃음) 목표는 ‘일본인이 봐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보자’였죠! 후시 녹음도 필요 없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목숨을 걸고 열심히 했어요. 다행히 후시 작업이 별로 없어서 호흡과 숨소리 정도만 작업했어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변발이 아닐까. 솔직히 그동안 이규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멋진 헤어스타일로 여심을 사로 잡았던 부분도 있었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드라마 <비밀의 숲>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디즈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등 대부분의 출연작에서 이규형은 세련된 헤어스타일로도 주목을 받았다.
“분장을 받고 거울을 봤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옆에 앉은 이무생 형을 봤는데 오히려 ‘엠(M)’ 자 머리가 멋있었어요. 마치 드래곤볼 캐릭터 중에 베지터 같았다니까요. 고니시가 아리마보다 더 높은 지위 장수라서 그런지 머리에 힘을 주더라고요. 형은 눈도 부리부리하고 잘 어울렸어요. 외형 디자인을 잘해주셔서 인물들이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여기에 체중 감량은 필수였다. 이규형은 다행히 당시의 감량한 체중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배시시 웃었다.
“작품 때문에 살을 빼는 일이 잦았는데도 한해 한해 다이어트가 더 힘들어지더라고요.(웃음) 원체 체력이 좋고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전기 슈트 입고 운동하는 게 있는데 장점이 20분만 운동해도 2시간 운동한 효과가 있어요. 바쁠 때는 쉬는 시간 포함해서 30분이면 되니까 스케줄 가기 전에 하고요. 건강보험 독자 여러분도 새해에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셨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두셨으면 해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치죠. 조금 늦더라도 식단 조절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일도 좋지만, 건강이 정말 최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