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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혼밥’과 ‘혼술’이 보편화됐는데, 혼밥과 혼술을 자주 하다 보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 불균형이 불러오는 질환을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자.
글 박지영 감수 최영은(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통계청
20~30 대 청년층, 비만과 대사증후군
혼밥과 혼술을 자주 하는 20~30대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8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2022년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2명 중 1명이 아침 식사를 결식하고, 총에너지의 약 30%를 지방으로 섭취하며, 10명 중 1명만이 과일 및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혼자 살면 규칙적으로 식사를 챙기기 쉽지 않은 탓에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 고열량 간식 및 음료 등을 자주 섭취하게 된다. 그러면 탄수화물과 지방은 과잉 섭취하고 비타민, 미네랄 등의 섭취는 부족해지면서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되고 이는 비만,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예방·관리하려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이요법은 열량 섭취를 줄이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으로 영양소 균형이 잘 갖춰진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과일이나 견과류를 적당량 섭취한다. 운동은 매일 최소 30분 이상씩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바빠 운동할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점심 식사 후 잠깐 걷기 등 일상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을 실천한다.
40~60 대 중·장년층, 우울증
혼밥과 혼술을 자주 하는 40~60대라면 우울증에 주의한다.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 식사와 안주를 제대로 챙겨 먹기보다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대충 먹기 쉬운데, 이것이 반복되면 균형 있는 영양 섭취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혼자 밥과 술을 먹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과 소통이 단절되면서 우울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인지 및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무기력감이나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을 호소한다. 어떤 일을 끝까지 마치는 것이 어렵고, 새로운 과업을 실행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식욕 감소와 체중저하, 수면 장애 증상도 보인다.
한국복지패널이 2017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인 중년은 우울증과 자살 생각 빈도가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높으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노화와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외로움 등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40~50대의 1인 가구인 중년 남성은 갱년기증후군 발생 위험률이 다인가구인 중년 남성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해 10월 25일 밝혔다. 특히 식습관이 갱년기증후군 발생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인 가구 중년 남성이 아침과 저녁 식사를 주 3회 이상 결식할 경우 갱년기증후군 발생 위험률이 각각 1.8배, 2.2배가 증가했으며, 주 3회 이상 음식을 사 먹는 경우(매식)도 위험률이 1.9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70~80 대 노년층, 골다공증과 알코올중독
노년층은 골다공증과 알코올중독을 조심한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부러지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골다공증 유병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해 70세 이상 여성의 경우 68.7%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노년층이 혼밥을 자주 하면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골다공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퇴행성 질환 등을 앓는 노인은 외출이 적은 관계로 피부의 비타민D 합성 능력이 줄어든다. 이 밖에도 골다공증이 있으면 고관절, 척추, 손목 부위 골절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노년층의 골절은 심혈관질환, 폐렴, 패혈증과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혼술 횟수가 잦은 노인은 알코올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혼술은 친목이나 사회생활 등과 달리 음주 자체가 목적이므로 알코올중독에 노출되기 쉽다. 술은 적은 양이라도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기는데, 내성이 생기면 결국 더 많은 술을 찾는 중독 상태에 이른다. 알코올중독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의 장애를 불러온다.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화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식도정맥류, 복수, 간성뇌증 등을 유발한다.
알코올중독을 예방하려면 술을 멀리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에 대한 갈망이 커지므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 관리에 힘쓴다. 술 마시는 대신 할만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혼자 실천할 수 없을 것 같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