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지희가 2024년 갑진년 용띠해를 맞아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였고, 두 편의 드라마에서 강렬한 등장으로 한층 성숙한 면모를 뽐냈다. 또한 예능프로그램에선 배우가 아닌 20대의 발랄한 모습을 보이며 인간미를 더했다. 그런 그가 올해는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글 남혜연 사진 제공 씨제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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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갓지희’ ‘만능지희’로
불리고 싶어요!
참 오랜 시간이었다. 2003년 KBS1 드라마 <노란손수건>으로 데뷔 했으니까. 대중은 5살 진지희부터 청소년기와 성인이 된 지금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중과 호흡하며 자라서일까. 또래에 비해 조금 더 조심스럽고 성숙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빵꾸똥꾸’라는 별명이다. 국민 시트콤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MBC <지붕 뚫고 하이킥> 정해리의 당돌함(?)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절 보면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성격이죠. 그때는 아이였으니까 뭘 몰랐어요. 피드백도 모를 때였고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고 뭣 모르고 연기하는 나이였기 때문에 '저런 깡다구가 어디서 나오지? 저도 보면서 놀랄 정도였어요. (그때의) 제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연기해야 하는데’라며 반성하기도 해요.(웃음)”
어린 시절, 특별한 추억이지만 “언제까지 내가 빵꾸똥꾸로 불릴까?”라는 고민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주로 쓰였던 이 별명이 점차 배우 진지희로 바뀌기 시작한 만큼, 굳이 깨려고 노력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주어진 걸 열심히 하다 보니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는 ‘빵꾸똥꾸 캐릭터가 있기에 지금 제가 있는 것 같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아마 이름을 알리느라 지금껏 힘들어했을 수도 있다. 빵꾸똥꾸 덕분에 죽을 때까지 날 못 알아볼 사람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애착을 보였다.
“오랜 수식어를 버릴 생각은 절대 없어요. 다만, 이제는 다른 별명을 만들어갈 시기인 것 같아요. 갓지희, 만능 진지희? 다 잘하고 싶고 다 잘할 수 있으니까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지난 20년을 잘 살아온 과거의 진지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어요. ‘잘 살았어. 잘해오고 있어!’라고요.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그때의 네가 부럽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역에서 성인으로 연기의 폭
자연스럽게 넓히고 싶어요
잊지 못할 작품도 있다. 바로 지난해 끝낸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이다. <완벽한 결혼의 정석>은 남편과 가족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선택한 여자 한이주(정유민 분)와 계약 결혼을 연기하는 남자 서도국(성훈 분)의 아찔하고 은밀한 로맨스 복수극. 진지희는 극 중 한이주의 동생이지만 그와 대립하는 한유라 역을 맡아 악역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웹소설로 먼저 접하고 좋아하던 작품이었어요. 유라 캐릭터 제의가 들어와서 정말 기뻤죠. 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연기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많이 설 어요. 감독님께 감사했던 게 아직 아역 이미지로 바라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한계가 있을 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감독님은 저에게서 유라의 모습을 많이 봤다고, 가능성을 많이 봤다고 힘을 주셨어요. 감독님의 응원에 힘입어 유라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빌런으로 제대로 활약했다. 또 키스신은 물론 임신 소재로 파격적인 모습도 가감 없이 연기했다. 그런데 또다시 ‘빵꾸똥꾸’ 캐릭터가 언급됐다.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단다.
“선한 캐릭터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독한 캐릭터도 많이 했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한 유라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그간 제가 연기해왔던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 많이 활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작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웹소설을 보면서 많이 참고했죠.”
무엇보다 진지희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올 때 학업을 놓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아역 이미지, 동안 외모에 대해서도 “좋아요. 노안보다는 동안이 낫잖아요”라며 자연스럽게 웃어 넘길 줄 아는 여유도 보였다.
“학교생활을 병행하니 공부하느라 바빴어요. 대학교에선 연극을 통해 캐릭터의 한계 없이 연기를 할 수 있었고요. 최근에 했던 연극에선 날카롭고 욕을 많이 하는 시크한 형사 역할을 했죠. 주변에서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가 안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그래서 더 연극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난해 많은 걸 이뤘기 때문에 올해는 작품적인 목표가 큰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르고 가리지 않고 주어진 것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올해도 작품에 빠져 지낼 것 같아요.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아역부터 성인까지 활동할 수 있던 것?
건강 또 건강이죠
스스로를 ‘갓생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 진지희는 건강에도 관심이 많은 MZ세대다. 어린 시절부터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온 만큼 스스로 몸을 챙기는 것도 익숙하다. 또, 의외로 건강을 위해 하는 일 중 하나가 청소라고. 집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목을 많이 쓰는 배우란 직업을 가졌으니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했다. 또한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할 수 있는 그만의 루틴이기도 하다.
“독립한 지 이제 반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청소는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집 먼지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청결에 더욱 신경을 쓰기도 하고요. 청소 습관은 못 버리겠더라고요. 집 인테리어는 한 번 더 바꿨어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니까 집을 자꾸 꾸미고 그 모습을 통해 힐링하게 되더라고요. 드라마 끝나면 쉬어야지 그러는데 쉬는 게 3일이면 끝나죠. 쉬면서도 자꾸 뭔가 하려고 해요. 요즘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청소하고 환기시키며 아침 먹는 것이죠.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조용한 시간들이 좋아요.”
진지희는 또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줬던 크라브마가 외에도 요즘은 신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있을 법했지만, 잘 먹고 많이 움직이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배우로 살다 보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데 그렇다고 삼시 세끼 샐러드만 먹으면 삶이 재미없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먹되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주변의 추천으로 주짓수를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일취월장했죠. 그런데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아쉽게 그만두게 됐어요. 나중에 주변에서 또 크라브마가를 추천해줘서 해봤더니 스트레스도 풀리더라고요. 운동이 끝나면 다들 힘들어하는데 저는 오히려 텐션을 올리고 가죠.”
작품과 운동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던 진지희는 <건강보험> 독자들을 위한 건강 안부도 전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유연한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고요. 꾸준한 몸관리와 함께 오늘의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새해에는 모두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