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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소아청소년 비만

소아청소년 비만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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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더 이상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도 5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이 있으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합병증으로 각종 생활습관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기부터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소아청소년 비만을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자.

  박지영 감수 정인혁(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대한비만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청소년 비만, 체질량지수로 가늠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2년 11월 발표된 교육부 ‘2021년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비율은 2019년보다 약 4%p 증가한 1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미로, 소아청소년에게 비만이 그만큼 흔한 질환임을 보여준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에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영아나 소아 때의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성인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시기의 비만은 이 두 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BMI) 백분위수, 표준 체중, 피부 주름 두께 측정 등으로 진단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체질량지수 백분위수다. 소아청소년은 한창 성장하고 있으므로 성장이 모두 끝난 성인처럼 일괄적 기준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성별과 나이에 따른 성장 정도를 고려해 비만 여부를 확인한다.

흔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별-나이별 성장도표를 이용해 체질량 지수 85백분위수 이상은 ‘비만 위험군(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으로 본다. 쉽게 말해 같은 성별과 나이의 아이 전체를 100명으로 잡고 체질량지수가 낮은 아이부터 큰 아이까지 순서대로 했을 때 85번째부터는 비만 위험군, 95번째부터는 비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비만의 주요 원인은 바로 생활습관

소아청소년 비만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비만은 여러 유전적 변이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비만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다. 부모 모두 비만이면 자녀의 80% 정도에서 비만이 발생하고,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이면 자녀의 40% 정도에서 비만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부모 모두 비만이 아니면 자녀의 7% 정도에서만 비만이 발생한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도 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이다. 가족이 공유하는 생활환경과 유전적 소인이 합쳐지면 비만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 주거지 주변의 환경도 소아청소년기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습관 또한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섭취 열량보다 소비열량이 적으면 남은 에너지가 몸에 저장되는데, 이같이 에너지가 몸에 저장되는 생활습관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신체 활동량 감소, 고열량 및 고당질 식품 섭취, 잦은 간식 섭취, TV 시청과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 짧은 수면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외에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요인, 갑상샘 기능 이상이나 쿠싱증후군 등 체중 증가가 동반되는 질환,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 복용도 소아청소년기 비만의 원인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불러오는 성인비만

혹자는 ‘어릴 때 뚱뚱한 건 키로 간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의 약 60~80%가 성인비만으로 이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청소년이 비만 치료를 통해 체중을 줄이면 지방세포의 수는 감소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지방세포의 크기만 감소하는데, 이 경우 다량의 열량이 공급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이 있으면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고, 성인이 됐을 때 대사질환 등 만성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어린 시절 비만이었던 성인은 어린 시절 적정 체중이었던 성인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5배, 스물다섯 살에 제2형 당뇨병(성인형 당뇨병)을 앓을 확률이 4배 높다고 보고된다. 심혈관질환 발병률 또한 더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이런 문제는 성인이 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졌다. 비만이었던 소아청소년기에 이미 지방간, 높은 혈압, 높은 공복혈당,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위험이 나타났으며, 이런 연관성은 비만이 심할수록 더욱 높았다.

동맥경화, 당뇨병, 지방간… 합병증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은 동맥경화가 대표적이다. 성인 동맥경화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있으면 당뇨병이 발생한다. 과식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제2형 당뇨병이 올 수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 합병증으로 지방간도 있다. 지방간은 지방간에서 그치지 않고 지방성 간염, 지방성 섬유화, 지방성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으니 조심한다.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내분비 기능 이상은 고혈압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이 외에도 소아청소년 비만은 수면무호흡증, 월경 이상, 여드름 등 피부 문제, 관절 문제 등 여러 신체적 질환을 가져온다. 고독과 우울감, 자존감 저하, 사회적 위축 등 심리적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의 목표, 적정 체중

소아청소년 비만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가족력과 출생력, 신체계측을 토대로 성장에 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진찰을 통해 비만 동반 질환이나 원인 질환 유무, 사춘기 발달 상황을 확인한다. 내분비 검사를 포함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골연령과 골격계 등에 대한 영상 검사도 받는다.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정상 성장을 유지하면서 같은 나이의 적정 체중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핵심은 식이 조절과 활동량 증가다. 전반적인 열량 섭취를 줄이고, 하루 세끼 규칙적 식사를 통해 각종 영양소를 고루 섭취한다. 아울러 운동 등을 통해 활동량을 늘리고, TV 시청과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비활동적인 행동 패턴을 줄인다.

만 12세 이상의 청소년 중 고도비만이 동반된 경우에는 지방흡수억제제나 식욕억제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를 받는다.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식이 조절, 활동량 증가와 같은 근본적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약을 끊었을 때 다시 체중이 늘 수 있으니 주의한다.

자녀의 비만 관리와 부모의 역할

식이 조절과 활동량 증가 등 생활습관 개선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에서 부모 등 어른의 도움은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아청소년은 비만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아이가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무조건 굶거나 많이 먹고 토하는 등 비정상적 방법을 실천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비만 관리와 관련해 바람직한 행동을 학습하고 습관화할 수 있게 부모가 본보기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아이에게만 변화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행동치료의 종류

비만 행동치료는 생활 속에서 살찌게 하는 잘못된 행동은 줄이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늘리는 것이다.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행동치료적 기법을 적용하는 것, 비만 치료의 한 형태로 프로그램화된 행동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있다. 비만행동치료는 식이 조절이나 운동요법, 약물 치료를 할 때 함께 적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극조절 기법

적절한 자극 아래에서만 적절한 행동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탁에 빵이나 과자 등을 두지 않아 먹을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레 먹지 않게 된다.

식사 행동 조절

비만인 소아청소년이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한 식사 행동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식사 시간에 천천히 먹고 골고루 먹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돕는다.

보상을 주는 방법

보상을 주는 방법은 조작적 조건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흔히 식사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행동을 늘리는 양성적 강화기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체중을 감량했을 때 예쁜 옷을 사는 식이다.

자기관찰 기법

스스로 문제행동을 관찰하고 정의하는 것인데, 행동치료의 기본으로 알려졌다. 식사 행동 일기나 운동 일기 등을 작성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체중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자기관찰의 한 방법이다.

대체행동 기법

자극에 대해 다른 반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배고프면 빵을 먹던 사람이 어떤 음식으로 대체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자극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극은 그대로 두고 자극에 대한 기존 행동을 미리 준비된 대체 행동으로 바꿔 반응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