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5060+ 메인 사진

평생학습시대
은퇴 후의 자기계발

은퇴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평생학습의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수없이 많다. 또 공부를 하다 보면 다른 기회로 연결되기도 한다. 은퇴를 앞두고 공부 계획을 세워보는 방법과 평생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자.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오디오북 듣기

평생학습시대라고? 모임이나 만남 등에서 요즘은 평생학습시대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 중 하나이다. 일부 수긍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공부가 지겹지도 않냐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은 은퇴를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며, 이후를 가족이나 친구와 즐겁게 보내고 싶어 한다.

일리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일과 공부에 찌든 우리의 심신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은퇴는 일과 공부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은퇴 후의 기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 긴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려면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 은퇴 후의 세상은 여행과 지인과의 담소만으로 채우기에는 매우 광대한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여행과 놀이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공부와 학습은 미묘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공부와 학습은 모두 무엇을 배우고 익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부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기능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면, 학습은 무엇이든 내가 알고 싶은 것이나 평소 궁금했던 것을 배우고 익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없는 사람은 정체되거나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세상의 여러 현상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활력 있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학습은 바로 그러한 과정을 의미한다.

평생학습 계획을 세우는 5가지 기준

그럼 평생학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왕이면 삶에 보람을 느끼면서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평생학습이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나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의 평생학습은 ‘다소 느슨하나 일관성있는 계획’에 기반을 둘 필요가 있다. 너무 타이트하거나 높은 목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퇴 후 평생학습 계획을 세울 때는 다음과 같은 5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평생학습의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이다. 평소 자신이 궁금해하던 것이나, 일 때문에 뒤로 미뤄놓았던 것들, 어린 시절 꿈들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많은 대상을 목록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리스트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실행하는 계획을 짜면 된다. 뭐 골치 아프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학습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산만하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공허감이 들거나 머지않아 소재가 고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는 평생학습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독학, 독서모임, 대학입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평생학습을 할 수 있다. 혼자 학습하는 독학은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단한 의지가 없으면 오래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학습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은 방송통신대학이나 대학 부설 평생대학을 이용해 학습하는 방법이다.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일반 대학에 비해 학비가 저렴하다. 같은 학습을 하는 사람끼리 친해질 수 있는 것 또한 큰 덤이다. 하지만 평생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은 대학과정이므로 배우는 내용이 다소 이론적인 면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셋째는 평생학습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은 그야말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무리가 없는 한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활동이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하나의 생활습관처럼 굳어 있어야 한다. 운동선수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은 몸으로 그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은퇴 후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학습하다 보면 생활패턴의 하나로 정착시킬 수 있다.

결과물까지 고려한 계획

넷째는 평생학습을 위한 시공간의 확보이다. 평생학습을 하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주간계획표를 추천한다. 은퇴 후의 평생학습을 학창시절의 공부처럼 전투하듯이 할 필요는 없다. 다소 느슨하게 요일별로 오전·오후·저녁 시간으로 구분해 일주일에 최소 5회 이상은 학습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간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학습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곳을 활용할 수 있다. 자주 외출을 하는 사람이라면 주요 동선상에 조용한 카페를 물색해놓고 화이트 노이즈를 즐기며 학습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째는 평생학습의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다. 학창시절이나 현역시절의 공부는 점수라는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그래서 더 높은 점수나 목표로 하는 점수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목표는 곧 동력이다. 평생학습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평생학습의 결과물은 특정 점수를 얻기 위한 것보다는 삶의 족적을 남기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칠순 또는 팔순 생일 때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이나 수필집 등을 자녀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증정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리를 반드시 필기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하면 된다. 블로그나 유튜버 채널을 통해 세상과 공유하면 더욱 좋겠다. 이는 칠순 또는 팔순 기념일에 하나의 결과물로 엮어낼 때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학창시절과 현역시절의 공부가 상승을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은퇴 이후의 평생학습은 세상과 소통하며 인생을 갈무리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인생이었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덧없는 요란함으로 끝날 수 있다. 아무리 밋밋하고 힘든 인생이었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갈무리하면 아름다운 그림자로 기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