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주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건강보험> 독자들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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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김선태
2021년 1월에 갑자기 닥쳐온 코로나 팬데믹은 나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미비한 시설이지만 동 주민센터의 헬스장을 이용하여 매일 2시간 정도 제법 열심히 운동을 해온 나를 포함해 50여명의 이용자들은 헬스장의 폐쇄로 갈 곳을 잃었다. 그 이후 한 달이 조금 넘도록 정말 편안하게 지냈다.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며 내내 집 안에서 뒹굴며 지내던 어느 날, 내 몸의 변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헬스장에 가면 러닝머신에서 8km 속도로 20분 이상을 뛰던 내가 한 달 동안 편안하게 지냈더니 몸이 얼마나 망가졌던지. 계단을 내려가려니까 한걸음에 발이 내디뎌지지 않고, 파킨슨병 환자처럼 두발을 모은 다음에 한 발을 내려놓고 다시 모아서 내디뎌야만 했다. ‘아차! 이러다간 정말 환자같이 되고 말겠구나.’ 싶은 생각에 바로 실내 자전거에 올라서 페달을 밟아보았다. 힘이 들어서 단 5분을 탈 수가 없었다. ‘큰일 났구나. 이러다간 정말 건강이 나빠지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겁도 더럭 났다.
이날부터 나는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 동안 맨몸운동을 계속하고 맨발 뒷걸음질로 매일 1만 2,000보를 뛴 지금 나는 40대 때보다 나은 국가 공인 2등급의 체력을 가진 맨몸운동지도사가 되었고, 『코로나 펜데믹 속 건강을 지키는 홈트레이닝』이라는 전자책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구십 평생 살다 보니
이현숙
엊그제 93세 송복순 어머니가 세상 밖 조직사회 속으로 첫 나들이를 하셨다. 어르신들의 쉼터 주간 보호 센터에 등록하신 것이다. 그런데 5시쯤 차에서 내리시며 “나 이제 안 간다. 내 집에서 노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하니 좋다.” “처음이라 힘드셨어요?”
대꾸도 안 하시는 어머니께 나는 알았다고 마음 편히 쉬시라고 했다. 어머니는 꽃다운 19살에 육남매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 시부모님과 함께 사셨다. 평생을 자유롭게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셨는데 어찌 그리 쉽게 사회생활에 적응하실 수 있겠는가.
어머니는 고단하셨는지 밤새 곤히 주무셨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셨을 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어린아이들도 처음 학교 갈 때는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데 어머니도 그런 마음이시냐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시더니 너무 잘해줘서 미안해서 못 가시겠단다. 그러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자꾸 시계를 올려다보시다 서둘러 옷을 입으셨다.
대문 밖 의자에 앉아 센터 차가 오기를 기다리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니 가슴에 꽃을 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잡다한 집안일을 잠시 접어두고 일상 속에서 겪는 근심 걱정을 다 잊은 듯이 편안해 보인다. 어떠한 삶이든 새로운 일상에서 어머니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해본다.
사흘째 되던 날 어머니는 반짝이는 분홍빛 손톱을 내게 보여주며 웃으신다. 일만 하던 투박한 손에 난생처음 매니큐어를 발랐으니 그 변화가 신기하셨을 것이다. 주머니에 공을 던져 넣는 게임도 재미있었고 시합에서 진 상대편에게도 위로의 손뼉을 치니 덜 미안했노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참 마음이 곱고 여리시다.
“난 늦복이 많은가 보다. 자식들도 고맙고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모든 것이 감사하구나.”
이렇게 말씀하시며 내가 없는 동안 너는 심심하지 않았냐고 미안해하신다. 또 내일을 기다리시는 우리 어머니는 아름다운 가을빛처럼 새로운 생활에 물들어가고 계신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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