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늘어나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그때그때 일자리를 구하기보다 자격증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중년 이상 연령대에 취득할 만한 자격증 정보를 모아본다.
글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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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050세대는 길어진 인생에 비해 짧게만 느껴지는 일할 수 있는 기간에 적잖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만 가는 노후는 그만큼 많은 노후자금을 필요로 하고, 이에 더해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노후의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래 살게 된 행운을 오롯이 누리려면 그만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직업 또는 직장에 익숙한 몸의 관성을 하루아침에 완벽히 떨치고 홀가분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에 정년퇴직한 한 친구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길래 필자가 한마디 했다. “달콤한 아침잠을 마다하고 왜 벌써 일어났어?” 정년퇴직 이틀째를 맞이한 친구는 말한다. “저절로 눈이 떠지더라.” 많은 의미를 함축한 대답이다. 목소리가 아닌 글자로 마주한 말이라 정확한 뉘앙스를 따지긴 어렵지만, 필자에게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떠올랐다. ‘마음은 아침잠을 즐기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와 ‘걱정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앞의 의미는 30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몸에 달라붙은 습관에 아침잠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볍게 제압당했음을 나타내고, 뒤의 의미는 한창 일할 때는 그렇게 기다려지던 은퇴가 막상 직면하고 보니 홀가분하다거나 행복한 느낌보다는 막막함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음을 나타낸다. 참고로 그 친구는 말만 하면 누구나 알 만한 외국계 대기업에서만 쭈~욱 일했다.
무탈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또 일거리를 찾아야 하느냐고 빈정댈 수도 있다. 하지만 제1의 직업에서 하는 일과 제2·제3의 직업에서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바로 ‘누가 주는 일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상 하고 싶은 일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정년 또는 은퇴를 스스로 내 일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 일자리로 4050세대들이 주목하면 좋은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첫째, 강의하기
첫 번째는 ‘학교, 특히 대학에서 강의하기’이다. 대학은 젊음의 공간이다. 정년 이후에도 젊고 활기찬 삶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대학을 가까이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대학을 가까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이다. 단순한 캠퍼스 방문은 대학의 객체 신분으로 대학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강의는 대학의 주체 신분으로 젊은 대학생과 함께 호흡하며 동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강의하면 자녀세대의 생활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엿들을 수 있다.
대학 강의를 하려면 학위는 거의 필수다. 예전에는 석사학위만 있어도 가능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겸임교수를 할 수 있는 신분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 정년 이후 많은 학자금을 들여가며 석박사 과정을 밟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므로 최소한 정년 이전에 학위과정을 마치는 것이 좋다.
둘째, 취미와 연계하기
두 번째는 ‘취미생활과 연계한 일거리 찾기’다. 사람은 누구나 1~2개 이상의 자질을 갖고 태어난다. 이는 누구든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무슨 일을 잘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고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취미가 된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분이 많다. 이런 분들은 추억의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답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어릴 때 부모님과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라. 아니면 가정 형편상 눈물을 머금고 물러서야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아마도 자신의 재능과 취미는 바로 그것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취미를 찾았다면 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돈, 시간, 공간, 같이할 사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면 이제 그것을 일로 승화시켜보자. 취미가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지면서 일정 수준의 소득을 창출해내면 그것은 일(일종의 소일거리)이 된다. 취미를 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공간은 의외로 많다. 주민센터, 문화센터, 가상공간 등등. 소일거리가 번창하면 진짜 일이 된다. 주변의 인프라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자.
셋째, 글쓰기
세 번째는 ‘책 저술’이다.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데 책을 저술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쓸 만큼 충분한 소재를 담고 있다. 책을 쓰면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강의 등 다른 일로 이어진다. 책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그 무엇을 하기 위해 거치는 정거장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어떻게 책을 쓰느냐이다. 말하는 솜씨와 글 쓰는 능력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많이 다르다. 책을 쓰려면 글 쓰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多讀), 많이 써 보고(多作), 깊게 많이 생각(多商量)하는 3多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금 빠른 길도 있다.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글쓰기 또는 자서전 쓰기 강좌를 수강하거나, 대필 작가를 고용할 수도 있다.
넷째,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네 번째는 ‘유튜버 되기’이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유튜버를 만나게 된다. 전업 유튜버도 있고, 재미 삼아 하는 초보 유튜버도 있다. 디지털 혁명은 영상의 시대를 열었다. 고소득을 노리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촬영하거나, 자신의 취미생활을 영상으로 남기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거나 등 마음만 먹으면 쉽게 유튜버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다.
저술을 종이책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어느 유튜버의 음악 동영상을 듣고 있다.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먼 필자가 이 정도면 가히 유튜브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단,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유튜버를 제2·제3의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과욕을 버리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