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그림 채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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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찾아온 세 번째 기적
“할머니가 쓰러시졌어!”
2016년 여름, 전화기 너머로 울음 섞인 엄마의 격양된 목소리를 듣자마자 4시간을 꼬박 달려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대뇌 지주막하출혈로 응급 수술을 마쳤고,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우리 가족은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절반은 6개월 이내 뇌동맥류에 의한 재출혈을 경험하고 그 가능성은 첫 출혈 후 6시간 내에 가장 높으니 오늘 밤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다시 한번 출혈이 발생할 경우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평소 간 건강이 좋지 않고 혈소판 수치도 낮은 편이라 청천벽력같이 들렸지만 할머니는 중환자실에서 첫날 밤을 무사히 넘겼고 우리 가족은 두 번째 기적이라고 여겼습니다.
한 달가량 병원에 계시면서 차츰 회복을 하셨고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가벼운 기억력 감소를 제외하곤 할머니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퇴원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할머니의 퇴원이 가까워졌지만 가족들은 병원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짧지 않은 중환자실에서의 시간, 한 번의 큰 수술,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입원기간 등 대학생이었던 저는 병원비가 어느 정도나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고 저에게 티를 내고 싶지 않으셨는지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소곤소곤 병원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스럽게 의논하시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마침내 퇴원하는 날, 병원비 수납을 위해 엄마와 저는 병원 1층 수납처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띵동’ 우리 차례가 되어 받아 든 진료비 내역서. 어지럽게 적힌 숫자를 따라내려 가다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보고 엄마와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생각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 찍혀 있었고, 어리둥절한 우리에게 직원분은 ‘산정특례제도’ 대상자라 병원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비로소 얼굴이 환해지는 엄마를 보며 저는 세 번째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정특례 제도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 질환 종류, 입원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진료비의 5~10%만 본인부담.
6년이 지난 지금 저는 직장인이 되었고 매달 급여명세서에 찍힌 건강보험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건강하게 우리 곁을 지키고 계신 할머니를 보면 힘든 순간 우리 가족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세 번째 기적이 떠오릅니다.
* 건강보험 혜택 체험수기 장려상 이OO 님의 사연을 각색해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