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보배(믿고보는 배우)
가수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로 안착한 배우 임시완. 필모그래피를 성실하게 다져온 까닭에 ‘믿고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2010년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2012년 MBC 수목 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의 어린 허염 역할을 통해 배우로 대중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때부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를 만나봤다.
글 남혜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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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작품도 성공적이었다. 2014년 <미생>, 2017년 <왕은 사랑한다>, 2019년 <타인은 지옥이다>, 2020년 <런 온>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로 열연을 펼쳤다. 스크린에서의 배우 임시완의 입지 역시 탄탄했다. 2013년 <변호인>, 2016년 <오빠생각>, 2017년 <원라인>,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지난해는 <비상선언>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까지 마치 지칠 줄 모르는 마라토너처럼 연기 하나에 매달렸다. 배우로서 유의미한 도전을 완주한 셈이다. 그런 임시완이 이번에는 진짜 마라토너가 되어 스크린 앞에 섰다. 9월 개봉한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실제 마라톤 영웅인 서윤복 역할을 맡았다.
4년 만의 개봉,
조바심은 NO
<1947 보스톤>은 대중들에게 공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정우, 임시완 외에도 김상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박은빈까지 힘을 보탠 작품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작품은 공개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4년 만에 개봉하게 돼 애가 탔을 것 같다”는 말에 임시완은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이렇게 긴 기다림은 이례적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은) 대중을 만나기 전까지는 미완성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좋은 평이든 아니든 관객들 평을 얻어야 집약적으로 생명력을 부여받겠구나 싶더라.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다. 생명력을 부여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마냥 좋다”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많은 애정과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임시완은 현재 <오징어게임2>촬영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직접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를 보러 와준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고, 마지막까지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 만큼 침체된 극장가 분위기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많이 아쉽다. 영화를 소비하는 행태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드라마, 영화 쪽 둘 다 활력을 얻는 게 기분 좋은 입장이다 보니 아쉬움이 크다. 많은 분들이 영화에 흥미를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마냥 요구를 한다기보다는 내 입장에서 어떻게 이 영화를 재밌게 만들까에 대해서도 늘 한편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배우 임시완에게 생긴
건강한 취미
마라토너 역할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실존 인물을 그린다는 점에 대한 책임감이었을까. 실제 러닝 크루로도 활동 중인 임시완은 드라마 <런 온>에서도 육상선수를 맡은 데다 아이돌그룹 생활로 체력과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지만, 이번 마라토너 역할은 남다른 애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따지고 보면 달리기를 접한 건 <1947 보스톤> 때문이었단다.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현재까지 쭉 러닝 크루로서 달리고 있다. 연기 활동에 매진하느라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는데 건강한 취미가 생긴 것이다.
“준비 기간 3개월에 촬영 기간 6개월 해서 총 9개월이 걸렸습니다. 많은 인터뷰를 찾아보진 못했어도 다른 웰메이드 외국 작품들 중 준비 기간이 길었던 배우들 인터뷰를 보면 ‘1년간 준비했다. 식단 관리도 1년 이상 했다’가 대부분이더군요. 그런 거에 비하면 전 짧게 준비한 거죠. 취미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뛰다 보니 (저와) 잘 맞아서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단순 명쾌한 목표 지점을 향해서 가는 것이 숫자적으로 명쾌하고 좋았습니다.”
그는 서윤복 역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미도 부여했다. 서윤복은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던 차에 손기정 선수를 만나 마라토너가 되어 보스톤 대회에 출연한 인물. 최초로 대한민국 태극마크를 달고 달린 마라토너다.
“실제 인물 서윤복 선생님께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것처럼 저 역시 작품이지만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유족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다고 해서 감사했습니다. 더욱 이분들께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체지방률 6%!
식단관리 후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콰트로 치즈 버거’
임시완의 마라톤 선수 도전기는 화제 그 자체였다. 운동선수처럼 매일 연습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타민 등 건강을 위한 보조제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었다. 특히 화젯거리가 된 것은 역할을 위해 체지방률을 6%로 낮추었다는 점이다. 준비 기간 3개월에 촬영 기간 6개월을 더한 총 9개월의 시간. 임시완은 온전히 서윤복이었다.
“외형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제일 많은 시간을 들였던 작업은 당연히 식단과 운동이었습니다.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닭가슴살과 샐러드, 이걸 늘 달고 살았어요. 운동도 매일 했죠. 근육이 탄탄해 보이게 컷과 컷 사이에 틈틈이 운동을 하면서 근육의 팽창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서윤복 선생님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는데 피지컬이 좋으시더군요. 이걸 따라가야 한다 싶었어요. 체지방 몇 %가 아니라 그분의 외형을 따라가야 하는 게 사명이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만들다가 체지방률을 측정해보니 6%가 나온 거예요. 내 인생에 체지방이 6%가 찍히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결과는 달콤했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임시완은 평소 맛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탄수화물을 가장 좋아한다.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밥차를 참는 것도 힘들었던 일 중 하나라고. 특히 이번 현장의 밥차는 맛있는 것으로 유명해 참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단다. 그 좋아하는 간식도 참았다. 촬영이 끝나갈 즈음 단수도 해 수분을 다 말렸다. 임시완에게 촬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먹은 음식을 묻자 주저 없이 ‘햄버거’라고 이야기했다.
“콰트로 치즈 버거를 먹었어요.(웃음) 제일 기름기 많은 그걸로 준비해달라 했죠. 촬영 마지막쯤엔 단수까지 해봤습니다. 상체 노출신이 있을 때 근육이 더 쪼개지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해봤는데 정말 정신이 아찔하고 혼미했어요. 이야기도 못 하고 힘도 없고. 다시는 못할 거 같다고 생각했고, 바로 이온음료를 마셨습니다. 수분이 손끝까지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죠. 이후에 햄버거를 바로 한 입먹었는데 기름기가 손톱 끝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잊히지 않아요.”
<오징어게임2>에 임하는
마음가짐
배우 임시완의 장점은 어떠한 역할을 맡아도 성실히, 그 캐릭터 자체에 빠져드는 배우라는 점이다. 한 가지의 이미지로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고, 멜로부터 액션, 장르물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안다. 여기에 아이돌 출신이었던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임시완에 대해 “아이돌 가수라는 타이틀을 강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배우는 드물었다. 온 몸과 마음을 다 연기에 녹일 줄 아는 배우”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당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2>에 캐스팅된 배우 임시완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분, 존경하는 분, 선배님, 동료가 많아서 그분들과 같이 촬영한다는 거 자체가 많이 반가웠습니다. 출연에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어요. 시즌1이 나왔을 때 나온 날 다 봤거든요. <오징어게임1>을 보면서 확신을 가졌어요. 내가 이런 장르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시즌2 제안이 들어왔다고 들었을 때 1초도 고민 안 하고 ‘할게요’ 했죠.”
어느덧 ‘주연 임시완’이 익숙해졌지만, 작품을 고를 때는 늘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작품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려운 만큼, 기준은 늘 달라진다. 유명한 감독 그리고 선배와 하는 게 좋은 작품인지, 흥행 확률이 높은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고민하게 된다. 작품을 고르는 과정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숙제인 셈이다. 그러다 기준점이 생겼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파고드는 게 보이느냐’ 이것이 요즘 배우 임시완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됐다.
“지금까지는 도전 위주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저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걸 할 때 더 재밌는지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배우 임시완으로서 어떠한 정체성을 가지고 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저만의 연기 기준이 생기게 되겠죠.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