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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를 앞두게 되면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건강보험료도 마찬가지다. 공적연금소득이나 이자·배당소득, 사업소득 등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일정 금액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은퇴 전에 알아두면 좋은 건강보험료 자격 기준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본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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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10만 원은 은퇴 전 100만 원에 상당한다’는 말이 있다.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이 단절되고, 그동안 모아온 재산이나 연금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으로 생활해야 하는 은퇴자에게 근로소득의 단절이 얼마나 크게 와닿는지 느끼게 하는 말이다. 더 이상 소득을 늘릴 수 없는 은퇴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정상적인 생활 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출금액을 조정하는 일이다. 여기서 많은 은퇴자가 건강보험료를 고민하게 된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직장에 다닐 때는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했는 데 반해 지역가입자가 되면 본인이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직장가입자는 소득(=월급)에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었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재산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보통 은퇴 시점에 가장 많은 재산이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퇴자의 건강보험료 걱정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자 생존의 문제이다.

은퇴자의 피부양자 자격 기준

은퇴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 또는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일이다. 문제는 은퇴했다고 누구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자녀 또는 배우자의 피부양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까다로운 문턱을 넘기 어려운 사람들은 다시 직장가입자가 되거나 사업소득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대안을 선택하든 은퇴자가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부양자 자격기준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소득요건은 어떻게 돼 있나

먼저 소득요건을 살펴보자.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이 5.4억 원 이하인 은퇴자는 연간소득이 2,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연간소득에는 이자·배당·사업·기타·연금소득 등이 포함된다. 연금소득에는 공적연금은 포함되고 사적연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재산과표가 5.4억 원을 초과하면서 9억 원 이하인 은퇴자는 연간소득이 1,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소득요건을 충족하는지, 어느 요건에 해당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을 파악해야 한다.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은 주택의 경우는 공시가격의 60%, 토지나 건물은 공시가격의 70%이다.

소득요건에서 은퇴자들이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국민연금이다. 소득요건이 3,400만 원(2022년 9월 이전)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조정되면서 국민연금만으로도 피부양자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기연금 신청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피부양자 소득요건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재산요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다음은 재산요건이다. 여기서 재산은 크게 부동산과 자동차로 구분한다. 부동산에는 토지·건축물·주택·선박 및 항공기 등이 포함되며, 합산한 금액에서 5,000만 원을 공제한다. 그리고 1세대 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잔액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을, 1세대 무주택자가 보증금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잔액의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 자동차는 가액이 4,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며, 장애인 소유 차량과 화물차·특수차·승합차, 사용연수 9년 이상의 자동차 등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은퇴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둘러싼 요건은 매우 복잡하다. 만약 은퇴자가 피부양자 자격을 얻지 못하면 지역가입자가 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납부하게 될까?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료부과점수의 산정방법’에 따라 부과된다. 보험료부과점수는 지역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 부담능력을 표시하는 점수로서 소득금액과 재산 및 자동차의 등급별 점수를 합산하여 산정한다. 재산은 1~60등급, 자동차는 1~7등급까지 구분되어 있으며, 각 등급별로 점수가 설정되어 있다.

자녀나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은퇴자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험료 계산기 → 지역보험료 모의계산하기 → 소득금액·재산금액·자동차가액 입력 → 계산하기’ 순으로 따라가면 모의계산 당월의 지역보험료가 산출된다.

산출한 보험료가 은퇴 전 직장가입자 시절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다면 ‘직장가입자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활용하면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직장가입자 임의계속가입제도’는 퇴직 전 근무기간을 통산해 1년 이상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했다면 최대 36개월 동안 이전에 내던 직장보험료 수준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미리 건강보험료 부과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