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리의 경이로운 행보
배우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누적 관객 3000만을 돌파했다. 동시에 두 편의 쌍천만 영화에 모두 출연, 기존 최대 천만영화 동률을 기록한 배우 송강호와 류승룡의 기록을 넘어서며 독보적인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글 남혜연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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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이 마동석을 넘어서는 일만 남았다. 마동석은 <부산행>(2016년, 1157만 명) <신과함께-죄와벌>(2017년, 1441만 명) <신과 함께-인과연>(2018년, 1227만 명) <범죄도시2>(2022년, 1269만명) 그리고 <범죄도시3>(2023년, 1068만 명)까지 천만 영화 5편을 통해 총 616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이처럼 ‘톱배우’의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함을 유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활발한 SNS활동과 관객과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마동석은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 등 캐릭터와 상반된(?) 이미지로 호감을 샀다.
영화 관계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고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배우 마동석의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마동석’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믿고 보는 작품’이 되는 힘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친근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배우”라고 입을 모은다.
"포기란 없다. 도전하고 꿈꿔라"
배우 마동석이 사는 법
뚝심이라고 해야 할까. 배우, 아니 사람 마동석에게 포기란 없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권투선수를 꿈꾼 소년은 10년 동안 막노동, 운전, 트레이너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집을 키운 것 역시 유명한 일화다. 그사이 영화 <록키> 속 실베스터 스탤론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연기,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다.
“격투기 선수들한테 ‘힘들고 위험한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해?’라고 물어보면 사실 명확한 대답이 없잖아요. 좋아하는 일이라서 끝까지 해보려고 하는 것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하는 것이 내 직업이고 삶이라서 특별하게 ‘왜 이렇게까지 액션을 하냐’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지금이야 모든 것이 완벽한 배우 마동석이지만, 과거는 다른 세상이었다. 드라마 촬영 도중 6m 높이의 철제 계단이 무너지며 추락해 척추 2개와 어깨가 골절됐다. 그 밖에도 가슴뼈 골절 부상을 당하는 등 하반신 마비의 위기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데뷔 초 ‘넌 배우가 될 수 없어’라는 쓴소리는 물론, 통편집이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접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핵주먹’ 마동석의 액션 연기가 통했고, 험상궂게만 보였던 얼굴은 코믹장르를 덧대어 마동석만이 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난 운이 없어”하며 한숨 쉬던 순간은 “이제 웃을 수 있어”라는 환희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나를 다 집어넣었고, 삶의 포커스를 여기에 뒀으니까 나에게는 그냥 당연한 일이었죠. 외부에서 보면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웃음)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 건강에 대한 걱정도 남달라요. 잘 먹고, 잘 자고,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은 필수인 것 같아요.”
배우 마동석이 팬을 만났을 때
지난해 11월 한 영화관계자의 결혼식에서 마동석의 모습이 빛났다. 아내 예정화와 손을 꼭 잡고 등장한 마동석이 주위의 촬영 요청에 결혼식 주인공보다 바빴던 것. 당시 결혼식장에는 마동석 외에도 연예인이 많았지만, 그가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손하트는 물론 볼하트까지 영화 속과 상반된 귀여운(?) 모습을 자아내기 때문이었다. 예정화는 이 같은 상황이 낯설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모습을 지켜봤다.
“모든 게 감사하죠. 그래서 더 잘해드리고 싶어요. 팬분들이 해달라는 건 다 해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제가 더 잘해야죠.”
다양한 장르물을 통해 배우 마동석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곳도 있다. 바로 예능프로그램이다. 계속된 작품 활동 때문에 홍보활동 기간 외에는 따로 시간을 낼 짬이 없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예능이요? 제가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웃음) 보는 것은 좋아하는데 예능은 잘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 먹는 방송을 많이 봐요. 약간의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지방 촬영 가서 방에서 매니저와 다른 배우들이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옆에 음식 프로그램을 틀어놓으면 입맛이 더 돌잖아요. 예능을 잘하시는 분들 덕분이죠. 저도 우선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배려심 많고 착한 아내 예정화
마동석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방송인 예정화.
2016년 열애설 당시 열일곱 살의 나이 차이로도 주목을 받았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예쁜 사랑을 키우다 2021년 혼인신고를 하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소식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에서 알려졌는데, 당시 마동석이 “(예정화가) 옆에서잘 도와주고 있다. 결혼해서 좋고 잘 살고 있다”는 깜짝 발표를 하면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마동석과 예정화는 힘든 연예계 활동 속 오랜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서로에 대한 배려과 존경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마동석은 예정화에 대해 “일단 사람이 좋다.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감사하다.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바쁘다. 촬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 않나. 서로 많이 간섭하면 만나기가 힘들어지기도 하는데, 늘 배려하고 존중해준다”고 설명했다.
예정화 역시 연애 초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마동석은) 미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모두 포기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무명 기간에 몸까지 성한 곳이 없었는데 그걸 보면서 인간적인 존경심이 들었고 사랑에 빠졌다”며 남다른 감정을 표현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그런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어떨까. 마동석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내 예정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결혼 생활이요? 아주 좋아요.(웃음) 아내가 지금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단편영화를 두 편이나 연출했어요. 굉장히 즐겁게 공부하고 있고, 종종 아이디어를 제게 주기도 하고요.”
경이로운 행보?
꾸준함이 무기죠
어느덧 ‘마동석’이라는 이름 석 자는 ‘장르’가 됐다. 코믹과 액션을 넘나드는 배우인 동시에 제작자로도 성공 신화를 썼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성공적인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그의 능력은 할리우드에서도 통했다. 앞서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역을 통해 마블 히어로로 활약을 한 그는 향후 10년간 총 세 편의 영화 출연 계약을 맺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헬다이버>에도 제작자 겸 주연 배우로 합류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잘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요. 모두 ‘운동선수 출신은 한계가 있다’고 했을 때도 원망하지 않았죠. 꾸준히 작품을 해온 결과라 생각해요.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 진출까지 했지만, 이 모든 것은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어요. 또한 지금 잘된다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언제나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로 있고 싶으니까요.”
그는 향후 3~4년간의 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다. 그런데도 <범죄도시>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쓰는 건 계속되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하루임에도 마동석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 지금의 마동석이 있기까지 도와준 많은 이들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한순간도 자만하지 않을 거예요. 감사하고 즐기며 영화에 집중하고 싶어요.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도 국내 작품은 절대 놓치지 않는 것처럼요.(웃음) <범죄도시>는 4편까지 촬영을 다 했어요. 5~6편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요. 특히 제작은 내가 즐겁고 좋아해서 하는 일이죠. 좋아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느껴요. 연기도 함께하다 보니 좋은 글을 발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시나리오를 창작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