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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퇴행성 뇌질환

치매와 파킨슨병은
어떻게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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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특히 장년층의 관심의 대상이 된 질병,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등 치매와 헷갈리는 질병 이름이 많다. 퇴행성 뇌질환 관련 키워드를 살펴보자.

  박지영 감수 김종헌(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치매학회, 중앙치매센터, 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 『우리 가족 주치의 굿닥터스』(맥스미디어)

점점 늘어나는 치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치매를 앓는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공과 곁에서 그녀를 돌봐주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치매 환자는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이제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당신의 병’이 아닌 ‘나의 병’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된 것이다. 다른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치매는 우리에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병이었던 ‘암’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대인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함에 따라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해가 갈수록 급속도로 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노인 인구는 900만 명을 넘어 인구의 17.5%를 차지하고 노인에게 흔한 노인성 질병인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망증과 치매의 관계

누구나 경험하는 ‘건망증’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치매 전조 증상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에 의한 병적인 기억장애는 다르다. 건망증은 사소한 내용은 잊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교적 잘 기억한다. 반면 초기 치매의 기억장애는 중요한 사건과 함께 최근 사건을 주로 잊는다. 건망증은 기억 속에 있는 것을 다시 꺼내는 데 문제가 발생하며, 치매는 받아들인 정보를 뇌속에 입력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우아한 치매는 뭔가요?

우아한 치매란 평소 자신의 행동습관이나 사고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치매에 걸리더라도 이상행동을 하지 않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치매 환자들 중에는 인지기능장애는 심하지만 원래 지니고 있던 품위나 위엄을 유지하는 우아한 치매 환자 들이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백여 가지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70%를 차지할 만큼 흔하고 점진적이며 진행성이다. 1907년 독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최초로 발견해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이름 붙었다.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능력, 판단력 등 모든 일상의 기능이 떨어진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 레이건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10년간 투병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검사하면 특징적인 뇌병리 소견과 함께 신경세포 사멸로 인한 뇌의 위축이 보인다.

두 번째로 많은 파킨슨병 관련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파킨슨병은 떨림이나 손발·관절의 마비, 언어장애 등 신체를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세계적인 권투선수 알리 역시 파킨슨병을 앓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6년 9만 6,764명에서 2021년에는 11만 6,504명으로 5년 사이에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 환자 중 30~40%가 말기에 치매 증상을 보인다. 이에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치매 환자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심평원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파킨슨병 환자 중 남성 11.4%(5,267명), 여성 15.2%(9,900명)가 동반 질환으로 치매를 진단받았다. 또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파킨슨 치매가 알파-시뉴클린(alpha-synuclein) 단백질이 쌓인 것이라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인반(senile plaque)이나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s)로 인한 것이다.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 치매와 같이 알파-시뉴클린이 대뇌에 쌓여 발생한다.

치매는 불치병이다?

대부분 치매 증상이 나타나 치매로 진단받으면 불치병이라고 생각해 자포자기한다. 하지만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며, 치료를 통해 조절이 가능한 병이다. 치매로 진단받으면 보통 약물치료로 증상을 개선함과 동시에, 행동치료나 인지치료 등을 병행한다. 따라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등장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기대되고 있다. 혈관치매는 초기에 진단을 받은 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뇌졸중이 발생하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예방하고,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혈관치매

치매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 질환으로는 혈관치매가 있다. 혈관치매는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 소위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혈관질환이 선행되어 뇌 조직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치매다. 혈관치매는 우리나라에서 알츠하이머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혈관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이 점진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또 갑자기 시작해 계단식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많다.

정상과 치매노인의 건망증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