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혁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7년 데뷔 이후 꼭 16년 만의 일이다. 이제 그는 당당히 ‘천만 배우’라 불린다. 영화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중심에 배우 이준혁이 있다. 1편의 윤계상, 2편의 손석구 등 ‘범죄도시 시리즈의 빌런은 반드시 뜬다’는 공식이 또 한 번 통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 입지를 확실히 다진 이준혁을 만나봤다.
글 남혜연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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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의
‘3세대 빌런’ 이준혁입니다!
<범죄도시3>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서울광역수사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 분)과 마약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잡기 위해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통쾌한 액션과 빌런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통했다. 배우 이준혁에게 빌런 역할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에 갖고 있지 않던 이미지인데다 외모, 목소리, 행동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유독 버티기 힘든 날이 있었어요. 예정에 없이 ‘강화도나 가자’ 하고 떠나던 길에 마동석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죠. 마법 같은 타이밍이었어요. 마동석이라는 할리우드 배우가 연락을 주신 거잖아요. 당시 저에게 마동석 선배는 길가메시(마동석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의 역할)였어요.”
덜컥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액션 연기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악당 역할 역시 새로웠다. 3세대 빌런에 이준혁이 캐스팅됐다는 말에 ‘꽃미남 빌런 아니냐’는 기분 좋은 말도 들렸지만, 완벽한 변신을 해야 하는 배우는 이 말에도 쉽게 웃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영화에서 날 봤을 때 누군지 못 알아보게 하자’가 목표였어요. 또 주성철은 평소에는 직접 싸우지 않고 누군가한테 시키면 되는 인물이어서 설정상 갑자기 하게 되는 액션이 많았죠. 안무처럼 합을 미리 짜놓을 수 없어 어렵기도 했고요. 사람을 때린다는게 어색한 일이기도 해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끝까지 해냈죠.(웃음)”
힘든 시기에 만난 작품인 만큼, 이제는 이 영화로 슬럼프를 극복했을까. 그는 ‘다시 시작했다고 본다. 나만의 메뉴가 있는 밥집은 아니더라도, 메뉴가 추가돼 다채로워졌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난생처음 20kg 증량,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계기
인터뷰 내내 마동석의 이름이 연이어 나왔다. 캐스팅부터 연기 호흡까지. 특히 이준혁은 액션 연기에 관해 마동석을 ‘무술 감독님 같다’며 ‘저렇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목표치가 높아졌다. 정말 좋은 영향을 받았다’며 엄지척을 했다.
극중 마동석과의 살벌한(?) 액션장면을 촬영하려면 몸을 만들기 위해 살을 찌우는 것이 필수요건이었다. 과거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당시 60㎏ 초반으로 줄였다면, 이번 작품에선 20㎏ 정도를 증량해 90㎏까지 몸무게를 늘렸다.
“살을 찌울 기간(3개월)이 너무 짧았던 것이 조금 아쉬워요. 저는 120kg까지 증량해서 역도산처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제가 크고 까매져서 좋았어요. 그 모습이 담긴 포스터도 마음에 들고요. 제가 어릴 때 우량아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게 내 실제 모습인가 싶었어요. 우람해진 풍채가 주는 느낌과 약속된 것이지만 동료 배우들이 해주는 리액션이 좋았죠.”
하지만 단기간에 몸무게를 늘리면서 건강에 무리가 간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근육량을 같이 키워야 하다 보니 닭가슴살을 하도 먹어 오히려 다이어트보다 힘들었단다. 현재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16kg 정도 다시 뺐지만,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단시간 내에 찌우고 빼느라 간도 나빠지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졌어요. 몸을 많이 혹사시켰으니 이젠 좀 보호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건강 관리도 잘하고,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죠. <건강보험> 독자 여러분도 무더운 여름 보양식 드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또 다른 면모,
동화작가로서의 이준혁
배우 이준혁이 아닌 동화작가 이준혁도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2019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그리워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바쁜 스케줄 탓에 반려견 ‘팝콘’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단 아쉬움에 손수 그린 그림을 토대로 전문가와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녕 팝콘>이라는 동화책까지 만들었던 것. <안녕 팝콘>은 반려견과의 이별을 다루는 가운데서도 가족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팝콘이의 여정을 담은 따뜻한 내용의 동화로, 긍정적인 유머가 슬픔을 위로한다.
“처음부터 동화책을 낼 생각은 없었어요. 그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강아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동화책 발간까지 이어진 거죠. 당시에 작품 활동으로 바빠서 2년간 강아지에 대한 추모활동을 못 했는데, 그러다 보니 굉장히 허탈하더라고요. 그래서 강아지가 능동적으로 이겨나가는 시스템의 게임을 만들어보자 싶었고 제 자본을 투입해 제작했죠. 꽤 인기가 좋았던 덕분에 동화책 제안이 왔고, ‘우리 강아지가 더 나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서 동화책 발간에도 참여한 거예요.”
이준혁의 이러한 진심이 통한 걸까. <안녕 팝콘>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게임 부분 다운로드 차트에서, 동화책은 출간 주에 해당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이준혁 역시 이 같은 반응에 화답하듯 최근 동물복지단체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동화책 인세를 전액 기부해 훈훈함을 더했다.
또다시 달리는 배우 이준혁
자연스레 이준혁의 다음 행보에도 시선이 쏠렸다. 먼저 그는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로 돌아온다. 유명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는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질란테로 살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준혁은 극 중 조강옥 역을 맡았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소방관>(곽경택 감독)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용감했던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극으로, 이준혁은 소방관 역을 맡았다. 이준혁의 차기작 중 가장 눈길을 붙잡는 작품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인 <좋거나 나쁜 동재>다. 특히 <비밀의 숲>의 주인공 조승우와 배두나가 아닌 이들을 골치 아프게 했던 검사역의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서동재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서 만드는 중이에요. 사실 이걸 하게 될 줄도,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해주실 줄도 몰랐어요. 솔직히 ‘서동재’가 여기까지 쫓아올 줄 몰랐죠.(웃음) 작가님도 그대로 죽일 수도 있었는데 제가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서 확장해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담이 크지만 ‘서동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영혼을 갈아서 준비를 하려고 해요. 특히 조승우, 배두나에게 ‘큰일 났다’고 연락했는데 잘하라고 격려해줘서 고맙고 힘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