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만남

N차 전성기 맞은

배우이자 가수 엄정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와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힐링이었다. 그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고민상담을 들어주는가 하면,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그런 게 가능한 연예인, 사람이 바로 엄정화다.

  남혜연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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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해 꽉 채운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엄정화가 최근 tvN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통해 N차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요즘의 인기에 “감사하다. 제 자신이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잘한 게 있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차정숙=엄정화, ‘연예인’ 엄정화가
오롯이 행복해지는 길을 위해

“저 다시 전성기예요? 이런 말, 너무 행복한데 믿어지지가 않아요.(웃음)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이 기운을 함께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요즘 엄정화는 일하는 재미를 톡톡히 느끼고 대중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극 중 차정숙은 20년을 넘게 주부로 살다 꿈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인물. 현실감 있는 연기와 차정숙의 선한 마음을 표현한 엄정화의 연기가 시너지를 일으켰다. 대중은 차정숙을 엄정화라 불렀고, 엄정화를 차정숙이라 부르게 됐다. 차정숙은 곧 엄정화였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오롯이 차정숙이란 여자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의사로서 병원에 들어갔을 때 진심, 베푸는 친절, 따뜻한 마음에 공감이 잘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1회부터 차정숙이 따라갈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게 목표였죠. 그리고 현장이 정말 즐거웠어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지만, 배우들끼리 조금 불편할 수 있고 조금씩이라도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닥터 차정숙>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고 할까요? 서로 도움되는 말도 많이 하고, 모든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엄정화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으로 “정숙이가 자기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과 대사에 공감했고, 연기하는 내내 힐링됐다. 혹시 결혼관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차정숙은 극 중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받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아들·딸 같은 내 편이 있다는 게 좋아 보였다는 것 외에는…. ‘자식이 있다는 건 다른 거구나’고 느껴졌어요. (명)세빈이와 서로를 위해 배우자 기도를 했어요.”

댄스가수 유랑단,
엄정화의 ‘디스코’는 영원하다

가수 엄정화 역시 낯설지 않다. 가수로는 1993년 ‘눈동자’로 데뷔, 당시 몽환적이고 도시적인 분위기로 트렌드를 주도했다. 이후 ‘초대’, ‘몰라’, ‘디스코’,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포이즌’,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을 내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명반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엄정화는 “모두 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몰라’가 있는 5집을 선택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가수 겸 배우’의 타이틀을 오랫동안 유지한 사람은 엄정화가 거의 유일할 듯싶다. 그는 드라마를 마친 뒤 바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무대 위에서 또 한 번 신나게 즐기고 있다. 역시 ‘한국의 마돈나’라는 별명이 무색지 않다.

“2023년은 저 스스로에게 아주 의미 있는 해예요. 제가 마흔이 되고 다시 앨범을 내기까지 8년이 걸렸어요. 그 전에는 항상 연기와 앨범 활동을 동시에 같이 했는데 그런 모습을 이제서야 다시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엄정화가 다시 돌아왔구나’ 싶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무엇보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 그리고 한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25년 만에 대학 축제 무대에도 올랐다. 대기실에서부터 식은땀이 흘렀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이후 관객들의 반응에 울컥했다.

“너무 긴장돼서 집에 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었죠. 첫 곡을 하고 나니 막 펄펄 날 것 같았어요. 무대를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죠. 관객들에게 ‘내가 누군지 아냐’고 했는데, 학생들이 일제히 ‘차정숙!’이라고 외치는 거죠. 엄정화가 아닌 차정숙이라고 불린다는 게 더 기뻤어요.”

갑상선암 수술,
두려움이 터닝포인트가 되기까지

웃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정화는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 과정에서 성대 한쪽이 마비돼 8개월간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후 회복했지만 목소리가 달라졌다. 하지만 엄정화는 그 또한 ‘나’라고 한다. 그는 “가끔 댓글을 보면 ‘목소리가 떨린다. 어디 아픈가 보다’며 걱정하시는데, 아픈 건 아니다. 여러분들도 제 목소리가 이렇다고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에게는 큰 수술이었어요. 수술을 마치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았죠. ‘인생이 별게 없구나. 정말 언제 어떤 일에 부딪칠지 모르고 건강 잃으면 다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 많아지고 성공해도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좋은 걸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에게 주는 시간과 선물이 중요해진 셈이죠.”

엄정화는 배우와 가수 두 영역을 오가다 보니 평소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근육은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운동을 시작했다. 또 설탕, 밀가루를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엄정화는 <건강보험>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한마디도 전했다.

“운동이 삶의 중요한 에너지가 되는 걸 알게 됐어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보험처럼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운동을 평소 좋아하진 않지만 스트레스받으며 운동하지 않기 위해 ‘나는 운동을 너무 좋아한다’고 마인드 컨트롤도 해요.(웃음)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레몬물을 마셔요. 커피는 마시고 나면 단백질을 먹고요. 명상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늘 꿈꾸는 나,
연기+노래=삶의 행복을 찾았다

엄정화의 요즘 행복지수는 99.9%다. 이런 순간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일 아침에 “아, 기분 좋다!”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한마디로 감사함을 아는 삶이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주어진 기회들에 감사해요.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 같아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것만 고집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해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존감은 그리 높지 않아요. 어느 순간 ‘내가 나에게 너무 박했구나’ 싶더라고요. 요즘엔 나에게 ‘잘했어’, ‘좋다’라고 해줘요. 마흔이 지나선 ‘자존감’에 대한 책도 많이 봤어요. 자기에게 주는 비타민처럼 많이 접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사실 엄정화에게 배우와 가수 활동 중 어떤 게 매력적이냐는 질문은 무색하다. 둘 모두 소화하는 비결은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무대를 준비할 때는 배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하는 데 있다고 한다. 또 배우 활동에선 다른 유의 즐거움을 느끼는데, 바로 괴로움 속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괴로운 만큼 맡고 있는 캐릭터와 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다.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고, 늘 꿈꾼다. 이것이 엄정화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꿈꾸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텐데, 꿈꾸기 적당한 나이가 어디 있겠어요. 제 또래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분들이 차정숙을 보거나 저를 보면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참 감사한 일이죠. 좀 더 꿈꿀 수 있게 돼서 기뻐요. 10년 후요? 그때가 되어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음반을 낼지는 잘 모르겠고 아마 무대에 서는 느낌은 달라지겠지만, 미래 정해놓지는 않으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