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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직전의 효율적인
자산관리 방법

은퇴를 앞두면 이런저런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마도 은퇴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까일 것이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점검하고, 은퇴 이후 도래하는 상황을 감안해 자산관리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은퇴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현역에서 곧바로 은퇴생활로 전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은퇴로 옮겨간다. 이 시기를 우리는 ‘현역에서 은퇴로의 이행기’라 부른다. 소득의 관점에서 이행기를 정의하면 ‘생활비의 50% 이상을 과거 경제 활동의 산물인 연금·이자수입·저축자금 등을 통해 조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통계청의 생애주기 흑자-적자 그래프를 보면 58~65세 연령대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령대를 좀 넓히면 4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까지로 확장할 수 있다.

이행기에 있는 사람들은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인생주기에 있다. 자녀 학자금 및 결혼 비용, 부모 봉양 비용, 본인의 생활비와 미래준비 등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줄어든 소득마저도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임시 취업 자리는 고용불안과 소득불안정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행기에 있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안정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행기는 은퇴준비를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지금까지 다소 부족하다고 하여 의기소침하기보다는 힘을 짜내야 한다. 이행기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하면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을뿐더러 인생 후반기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그려볼 수 있다. 은퇴를 목전에 둔 사람들의 효율적 자산관리 방법인 이행기의 자산관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가용자산 분석표에서 시작

이행기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가용자산 분석표 만들기다. 가용자산은 자신의 재산 중에서 현금화하여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모든 재산은 팔기만 하면 현금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재산의 종류에 따라서 현금화가 용이한 것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것도 있다. 현금화가 쉽다 하더라도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자산도 있다. 따라서 현재 보유한 재산을 다음의 표처럼 현금화가 쉽고 현금화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드는 자산, 부동산, 은퇴자산, 현금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자산 등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각 항목에 들어가는 세부 자산과 금액을 집어넣으면 표는 완성된다. 이 표를 작성하면 자산에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은퇴준비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행기 자산관리를 위한 가용자산 분석표(예시)〉

은퇴자산 소득흐름표 만들기

두 번째는 은퇴자산 예상 소득흐름표 만들기다. 이는 은퇴준비도를 체크하는 방법이자 이행기 동안 가용자산이 얼마나 사용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은퇴자산의 예상 소득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60세 또는 65세부터 5세 단위로 각 은퇴자산의 종류별로 소득흐름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5세 단위로 은퇴 소득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5세 단위로 라이프사이클을 그려보고 그에 따른 소비지출 금액의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세 단위로 작성하면 은퇴 소득흐름을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이상의 두 가지 표를 잘 활용하면 은퇴자산 보호대책과 생활비 조정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은퇴자산 늘리기

세 번째는 부가가치세 기법을 활용한 은퇴자산 늘리기다. 이는 생활비의 10%를 따로 떼내어 저축하는 것을 말한다. 별생각 없이 10%의 부가가치세를 내듯 습관적으로 생활비의 10%를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선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가정경제에 예산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하루하루 용돈에서 10%를 떼어 돼지저금통에 넣어두면 된다.

네 번째는 주거의 다운사이징을 통한 고정비용 줄이기다. 주거비는 고정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거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고정비용을 줄이면 이행기에 필요한 비상자금은 물론 은퇴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주택가격이 싼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그 차액을 이행기의 생활자금이나 비상자금의 확보 또는 부채 청산 등에 사용해야 한다. 자가 주택이 없더라도 전월세 값이 싼 지역으로 이사하면 그만큼 차액이 발생하고 자금사정에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가교연금(bridge pension) 전략이다. 가교란 넒은 의미에서 연금 납입과 수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갭(gap)을 해소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행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급연령 갭이다. 수급연령 갭은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가운데 이행기가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즉 국민연금 수령시기까지 부족한 소득을 다른 은퇴자산을 통해 보충하여야 하는 것이 수급연령 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