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KBS2 <쌈 마이웨이>, JTBC <이태원 클라쓰> 등 안방극장에서 청춘의 흔들리는 감정선을 표현했던 박서준이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옮겨 또 한 번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영화에 이어 예능까지 섭렵한 그는 마블 영화에도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글 남혜연 사진 어썸이엔티
배우 박서준이 영화 <드림>(이병헌 감독)으로 4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인 탓에 여러 불편한 점이 많았던 현장에서 촬영한 작품인 만큼 관객들과 만나는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영화는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의 신작으로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했던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새롭게 창작했다. 특히 평소 체력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기로 유명한 박서준은 이번 역할을 위해 남다른 몸을 만들었다는 후문.
“축구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태닝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상체보다 하체 위주로 했습니다. 달리는 장면이 많은 만큼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죠. 무엇보다 공과 친해지기 위해 조기 축구도 나가면서 축구에 대한 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요즘 같은 날은 운동하기 좋은 날”이라고 운을 떼며 “평소에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환절기에는 운동과 함께 체온 조절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아침과 저녁의 온도 차가 많이 나니 옷차림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며 건강보험 독자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손흥민, 절친한 사이를 넘어
함께 축구하는 사이
‘박서준’ 하면 ‘손흥민’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공개적인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박서준의 역할이 축구선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다시 손흥민의 이름이 소환됐다.
먼저 “손흥민 선수가 팁을 줬냐”는 질문에 박서준은 “팁을 얻고자 하지는 않았다. 팁을 준다고 한들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지 않겠나”고 너스레를 떨면서 “저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손흥민 선수가 <드림>을 꼭 보고 싶다고 하더라. 지금은 시즌 중이지만 한국에 오면 꼭 보겠다는 응원을 보내주었다”고 귀띔했다.
대개 유명인과 유명인이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서로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서준과 손흥민은 달랐다. 서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 때문일까. 분야는 다르지만 인생의 조언자인 만큼 끝없는 질문에 오히려 더욱 기뻐하는 분위기다. 박서준은 국가대표이자 축구하는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새삼 생각했는데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는 것 같아요. 손흥민 선수가 시즌 끝나면 한국 들어와서 운동 삼아 공을 찰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친한 형이라고 날 공격수를 시켜주죠. 나 보고 넣으라고 공을 계속 줘요. 한번은 손흥민 선수가 상대 골대 앞에서 공을 줬는데 놓친 적이 있어요. 공이 우리 골대로 왔는데 분명히 내 옆에 있었던 손흥민 선수가 어느새 우리 골대에 있더라고요. 가볍게 뛰었을 텐데도 너무 빠르고 이게 국가대표 체력이구나 싶었죠. 홍대를 연기하기 위한 마음가짐에 도움이 됐어요.”
아이유, 연기 호흡을 맞춘
동료 이전에 팬의 입장
박서준은 또한 첫 호흡을 맞춘 아이유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극 중 박서준은 아이유와 인상적인 티키타카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아이유 씨는 배우뿐 아니라 가수로서도 성공했잖아요. 그래서 연기가 더 궁금했어요. 아이유 씨도 작품 선택 이유가 저와 비슷하더라고요. 좋은 의도에서 잘 만난 것 같아요. 일종의 티키타카라는 장면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연기는 액션보다 항상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액션에만 집중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죠.”
아이유 역시 박서준의 이러한 감정에 화답하듯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었는데도 함께 촬영한 모든 장면에서 제가 덕을 많이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잘 맞춰주셨다”면서 “박서준 배우의 리액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매 장면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힘든 것도 많았을 텐데. 뭐랄까, 말씀을 많이 하신다기보다 그냥 건강한 기운을 평소에 유지하고 계시더라.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공을 돌렸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었기 때문일까. 박서준은 연기 호흡도 만족스러웠고, 특히 작품 전과 후 아이유에 대해 달라진 이미지가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 <브로커>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있었고, 깊이감 있는 인물들을 많이 소화하셨죠. 아무래도 그동안의 작품 이미지가 강했어요. 진중할 것 같고, 가볍게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이번에 되게 새로운 면을 봤던 것 같아요. ‘가벼운 장면들도 잘 소화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또 하나. 저는 팬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가가기는 조금 쉽지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해요. 콘서트도 초대받았는데 촬영이 있어서 못 갔어요. 잠실에서 하는 콘서트였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방탄소년단 뷔,
함께 응원해주는 친한 친구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배우 박서준을 만났다면, 안방극장에선 요리하는 사람 박서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서준은 지난달 종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에서 박부장으로 활약, 큰 사랑을 받았다. 박서준은 주방을 책임지며 척척 요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동생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선 박서준의 또 다른 절친으로 유명한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뷔는 본명인 김태형으로 불리며 일명 ‘김인턴’으로 활약, 열정은 넘치지만 박부장에 비해 다소 느린 일처리로 방송 내내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뷔 씨랑은 워낙 친하니까 그 친구가 행동이 보기엔 느려도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죠. 그런 만큼 화날 일은 없었어요. 뷔 씨의 그런 면모가 오히려 방송에 재미를 줬다고 생각해요. 뷔 씨가 이 방송에 없었다면 큰 부분을 잃었을걸요? 제가 봐도 정말 잘했고,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박서준은 방송에서 어림잡아 라면 100그릇은 넘게 끓였다. 거기에 효율적인 역할 배분은 물론, 빠른 일처리로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또 뷔와 최우식이 힘들어하면 손수 핫도그와 라면을 준비해주며 동생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도 평소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니 궁금했는데, 서로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응원해주고 하는 모습이 잘 담긴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과 함께라 너무 편했죠. 우리나라 음식을 알리는 것인 만큼 최대한 예쁘게 나가야 하고 맛있게 해야 하고 등 나름대로의 사명감은 좀 있었어요. 오시는 분들에게는 한식에 대한 인상이 그게 다일 수 있으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죠. 이번에 하며 느낀 건데 제가 요리에 대한 감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요리를 좋아하더라고요. 마음만 먹으면 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동석,
마블 선배의 조언자
이번에는 박서준이다. 수현, 마동석에 이어 한국 배우로는 세 번째 마블 입성의 꿈을 이뤘다. 박서준은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첫 할리우드 진출작 <더 마블스(The Marvels)>에서 ‘얀 왕자’ 역을 맡았다. 예고편의 공개만으로도 그 파급력은 컸다. 트레일러 속 박서준은 푸른 갑옷에 장발 머리로 극 중 연기에 대해 더욱 궁금증을 남겼다.
“마블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어요. 도전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엔 좀 긴장을 했죠. 하지만 모든 분들이 환영해주고 도움을 줘서 빨리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터널스>로 먼저 MCU에 진출한 마동석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 현장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팁을 얻으려고 했죠.”
박서준은 또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고마움이 역력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세상에 보여줄 수 없던 그 몇 년이 사람을 되게 지치게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면 살아 있는 것 같고 좋았지만,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힘들기도 했어요. 관객과 만나는 에너지가 너무 필요했어요. 올해 개봉하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하루하루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할 거예요. 홍보에도 열심히 임할 거고요.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올 한 해가 훌쩍 지나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