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건강’이 염려되는 때다. 면역력을 올려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 좋겠지만
내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언제 어느 때고 우리를 찾아올 수 있다.
다음을 눈여겨보고 잘 알아두자.
글 박지영 참고 도서 정가영, 『면역력을 처방합니다』(라온북)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류마티스학회
면역력, 우리 몸을 지탱하는 힘
지난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떠오른 단어 중 하나가 ‘면역력’일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감기, 독감, 대상포진 등에도 노출되기 쉽다. 면역력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면역은 크게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획득면역(acquired immunity)으로 나뉜다. 이 중 획득면역은 의학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온 항원에 대항해 항체가 만들어짐으로써 동일한 항원이 다시 침입하더라도 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항력을 갖는 것이다.
면역력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똑똑한 시스템’이다. 면역 시스템은 우리가 우리 몸을 돌보지 않는 사이에도 우리의 몸을 묵묵히 챙기고 있는 시스템이다.
스트레스, 자가면역질환의 원인 중 하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필요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선을 넘은 스트레스는 우울, 불안 등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자가면역질환과도 관계가 있다. 다음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슬란드대학과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진은 100만명이 넘는 인구의 건강 데이터 통계를 분석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몸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30여 년간(1981~2013)트라우마 관련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적 있는 스웨덴인 10만여 명과 그들의 형제자매 12만여 명, 해당 진단을 받은 적 없는 106만여 명의 의료와 건강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트라우마 관련 스트레스 장애는 이후의 자가면역질환의 위험과 유의미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여타 관련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생애 중 자가면역질환 가운데 하나를 진단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0~4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 홍반성 루푸스, 건선, 크론병 등 총 41가지 자가면역질환을 다뤘다.
기상 후 1시간가량 지속되는 통증,
류마티스 관절염
생명과 직결된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관절염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무릎, 척추, 어깨, 손가락, 손목 등 관절에서 발생하는 통증이나 부종, 뻣뻣함 등으로 인해 일상의 움직임에 불편감을 준다. 관절염은 크게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나뉜다. 이 밖에 통풍성 관절염, 감염성 관절염, 건선관절염 등이 있다.
퇴행성 변화로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손상이나 뼈와 인대 등의 손상이 생겨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은 고령자들이 주로 앓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퇴행성 관절염과 다르게,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30대 전후 여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윤활막에 염증이 발생하며 염증 물질이 과하게 분비되어 관절강 내에 쌓인다. 이 염증은 주로 손가락 중간 마디와 손가락이 시작되는 관절 부위에서 나타나며 통증을 일으킨다. 관절이 붓고 쑤시고 아프며 염증 물질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새벽을 지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1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 마디가 휘어지거나 굳어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관절 외 폐와 혈관, 안구와 같은 주요 장기를 침범하면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부터 병원을 찾아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은 관절 침범 양상, 혈청 검사, 급성기 반응 물질, 증상 지속 기간 등 4가지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항류마티스제제로 꾸준히 염증을 조절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도 새겨야 할 항목이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따뜻하게 하고, 몸을 가만히 두는 것보다는 조금씩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이때,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된다.
장 건강과 면역력의 관계
장 건강이 면역력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면역력의 핵심이다. 장은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면역세포들과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장내 세균은 최근 들어 많은 부분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사람 몸에 있는 세포 수의 10배 가까운 수의 많은 장내미생물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장에 사는 미생물들은 면역력과 관련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유산균은 면역력 향상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뉴스나 광고 등을 통해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유산균은 장내 세균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어떤 기전으로 얼마나 유익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내 보호막 형성, 장내 산도 조절, 인체 면역조절, 항균물질생성, 장관 내 병원균과의 경쟁 등을 통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 체크리스트
대한류마티스학회
□ ① 허리(특히 엉덩이 부위)나 등의 통증이 40세 전에 시작되었습니까?
□ ② 허리나 등의 통증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심해졌습니까?
□ ③ 휴식을 취해도 허리나 등의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허리나 등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개선됩니까?
□ ④ 한밤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깹니까?
□ ⑤ 허리나 등의 통증과 함께 사지 말초 관절 부위의 통증이 있습니까?
□ ⑥ 안구에 통증 및 충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발뒤꿈치에 위치한 아킬레스 인대 부위에 통증이 있습니까?
▶ 위 6가지 질문에 ‘예’라는 답변이 4개 이상이면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도록 하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천의 얼굴 루푸스
‘루푸스(lupus)’는 라틴어로 늑대를 의미한다. 환자 피부에 생긴 발진 모양이 늑대에 물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질병 이름이다. 빨간 발진이 나타나면 홍반 루푸스라고 한다. 루푸스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몸을 이물질로 착각해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나비 모양의 홍반, 피로감, 입안 궤양, 부종, 체중 감소 등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복통,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감소, 단백뇨, 신부전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환자는 약 2만 명으로 추정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10배 정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루푸스는 완치는 어렵지만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잘 관리할 수 있다. 보통 증상 호전과 악화 예방을 위해 약물 치료를 시행하는데, 콩팥 침범이 있을 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환자의 예후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 투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루푸스를 앓는다면 일상에서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자외선을 쬐면 루푸스 활성도가 오르므로 외출 시 반드시 선크림을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써 자외선을 차단하자.
남성이 특히 주의해야 할 강직성 척추염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 관절염의 하나로, 척추에 염증이 생겨 굳는 질병이다. 척추뿐만 아니라 무릎, 엉덩이, 어깨 등 여러 관절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주요 증상은 허리와 둔부의 통증이며 20~40대 남성에서 더 잘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5년 새 27.7%(2021년 5만 1,106명)가 늘어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많고 20~40대 남성이 환자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지만 초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되며 잠을 자고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면서 통증이 심하고 활동하다 보면 통증이 약해지거나 사라진다.
강직성 척추염은 단순 근육통이나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으로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 통증이 척추 관절로 번져 점점 굳어지고 심하면 척추 변형까지 올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완치는 어렵지만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해주면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근육을 강화해 관절을 안정시키는 운동,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또는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등 약물 요법, 평소 올바른 자세 취하기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