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주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건강보험> 독자들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버터 향 가득한 사랑의 쿠키
임진희
삶이 너무 바빠 오랫동안 취미라는 것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 두 아이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먹고살기 위한 기술 습득에 열심인 적이 있었다. 쉽지 않은 시험에 도전하여 네 번 만에 ‘제과’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나 운전면허가 장롱에 있듯 제과 자격증도 어디선가 잠을 자고 있었다.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열심히 살았지만 자격증을 써볼 만한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10년 만에 우연한 기회로 나만의 취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는 취업하기에는 많은 나이가 되어 반강제적으로 쉬게 된 어느 날, 딸이 회사에서 가져온 ‘쿠키’가 나의 시선과 관심을 끌었다. 동료 직원이 만든 곰 모양의 쿠키였는데 아몬드를 품에 쏙 안고 있었다. 너무나 귀여워 먹기조차 미안한 쿠키를 본 순간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데 당장 비싼 오븐을 사기는 부담스러웠다. 알아보던 중 요즘 많이 알려진 중고 사이트에서 미니오븐을 공짜로 나눠 주신다는 분을 발견했다. 한걸음에 달려가 오븐을 받은 순간 마음은 벌써 파티셰가 된 듯 들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레시피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아 곧바로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하고 쿠키를 만들었다.
첫 작품을 만들고 난 후 주방은 초토화되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비록 모양이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완전하진 못했으나 좋은 재료와 정성,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집 안 가득한 버터 향에 어리둥절했다. “엄마가 이걸 정말 만들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는 딸을 보며 어깨가 으쓱해졌다. “내일 회사 분들에게 선물해드려.”
다음 날 딸은 예쁘게 포장된 쿠키들을 선물해드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 후 자신감이 붙은 나는 ‘마들렌’, ‘브라우니’, ‘만주’, ‘카스테라’, ‘에그타르트’ 등등 여러 가지에 도전해 주위에 선물했다. 실수를 해서 재료 전체를 버린 적도 있었지만 만드는 과정과 완성작 그리고 선물을 하기까지 나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져갔다. 요즘같이 따뜻한 봄날 좋아하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얼굴에는 밀가루를 묻혀가며 콧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하곤 ‘아, 정말 행복하구나’고 생각했다. 이것이 나의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제대할 아들과 함께 예쁜 커피숍을 차려서 맛있는 과자를 만들고 싶은 소중한 꿈도 생겼다. 나는 오늘도 버터 향 가득한 ‘사랑의 쿠키’를 만들어 배달을 가고 있다.
사랑의 봄날
이수배
봄은 하늘과 땅을 뚫고 솟아오른다.
겨우내 땅속에서 잔뜩 웅크려 힘을 모았다가 어느 한 날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하늘을 뚫고 작은 새싹은 땅을 뚫는다.
잠시 심호흡 한 번 할 시간에 순식간에 하늘이 뚫리고 땅이 뚫린 채
산들거리는 봄바람이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고
똘망한 봄볕은 하늘에서 땅으로 쏟아진다.
겨울은 꽁무니를 빼고 저 멀리 달아나기 바쁘고
여름은 향긋한 꽃내음을 따라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더운 기지개를 길게 늘여 뺀다.
봄은 겨울을 잠재우고 하늘과 땅을 뚫으며 여름을 부른다.
봄날 모든 것이 생경한 하늘 땅 사이에서 숱한 생명이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태어난다.
누구도 막지 못하는 것이 봄날의 움틈이다.
다만, 다년생인 사람만 거기서 거기인 것은
거꾸로 진화하면서 봄을 잃은 탓이리라.
사람은 봄날이나 여름날이나 가을날이나 겨울날이나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갇혀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기적 같은 봄날에도…….
‘우리들의 소확행’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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