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건이 강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혼자서는 어려운 고혈압·당뇨병 관리,
동네의원과 함께해보세요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대폭 증가하는 만큼 언제든 편하게 찾아가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의 주치의’ 같은 동네의원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1월부터 가까운 동네의원 중심으로 의료전문가와 함께 개인별 맞춤형 관리계획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상담과 지속적인 관찰·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자가 관리 능력을 강화해주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109개 지역 3,728개 의원 가운데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한 기관을 찾아 사업 시행 4년 동안에 생긴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실 사진 윤선우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맞는 관리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과 상담을 제공해 환자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서비스다. 의료전문가인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는 한팀을 이루어 고혈압, 당뇨병 환자의 개인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식습관이나 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상담하며 환자가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혈당을 앱으로 전송하거나 전화로 알려주면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피드백 해주고, 이를 다음 진료시 반영한다. 기존에 약만 처방해주던 진료형태와는 달리 의료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 덕분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개선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체중도 많이 나가고 혈압이 높아 동네의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있었는데, 만성질환을 관리해주는 사업이 있으니 꾸준히 관리받아보겠냐고 하셔서 흔쾌히 응했습니다. 2019년부터 관리를 받고 있는데 여기서 알려주는 대로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다 보니 체중이 10kg 이상 빠지고, 혈압이나 간 수치, 고지혈증 수치도 그전보다 상당히 떨어졌어요. 교육자료를 통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앞으로 고쳐야 할 생활습관에 대해 상세히 상담해준 덕분에 무심코 마시는 음료수 하나에도 당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1972년생 송인옥 씨는 병원의 체계적인 관리 덕분에 건강상태가 상당히 호전됐고, 무엇보다 자신 스스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누구보다 가족이 반가워하고 자녀들에게 ‘관리 잘하는 엄마’로 인정받은 것이 기쁘다며 더 많은 사람이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관리사업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주치의 병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불어내과의원은 송인옥 씨를 비롯해 396명의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이 만성질환관리 대상자로 등록되어 있고 진료와 상담을 통해 집중 케어를 한다. 등록 환자들은 65세 이상이 대부분이지만, 30대의 젊은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도 있어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개인별 맞춤형 만성질환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고혈압, 당뇨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먼저 문진이나 신체검사, 임상검사 등의 포괄평가를 거쳐 의사의 진료와 상담이 이루어지고, 환자의 질환과 생활습관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관리계획을 수립한다. 그런 다음 케어코디네이터를 통해 생활습관 개선에 관한 상담과 교육을 받게 되며, 혈압, 혈당 등 임상 수치나 생활습관 개선 목표 달성 정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받는다.

“고혈압, 당뇨 환자가 내원하면 먼저 원장님이 진료를 보신 후 국가에서 시행하는 만성질환관리사업을 통해 꾸준히 관리를 받아볼 의향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동의를 받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을 원하는 경우에는 케어코디네이터가 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생활습관 변화를 위해 저희가 많이 도와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들은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활습관이 바뀌면 많이 좋아질 수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기다리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분들도 몇 차례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대한 안내를 여러 번 받은 후 대상자로 등록하고 관리를 시작하게 됩니다.”

더불어내과의원 김태림 케어코디네이터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환자들이 의사의 진료와 케어코디네이터의 상담과 교육을 통해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서 건강상태가 개선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이 사업에 참여한 의료진의 보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고혈압, 당뇨병 환자 중에는 질환에 대한 걱정은 많지만 어디에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처방약만 받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의료진이 알아서 스케줄을 챙겨주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파악해 언제든지 편하게 상담할 수 있어서 이제는 ‘내 병원’처럼 신뢰가 간다는 환자들의 반응에 더욱 힘이 난다고. 이처럼 먹는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환자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만성질환관리사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만성질환 환자 스스로가 체감하는
긍정의 변화

더불어내과의원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신청한 계기는 환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건강할 수 있도록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 동네의원이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장점은 3명의 케어코디네이터를 풀가동해 환자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교육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수준 높은 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 상담시간이 늘어나면서 환자의 개별특성과 생활습관, 가정환경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케어코디네이터들은 지역사회의 자원을 이용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적절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사업을 수행하려면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 간의 팀 워크가 중요한 만큼 이곳에서는 매주 미팅을 갖고 환자관리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나누고, 단체 대화방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또한 케어코디네이터 회의를 통해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5주기를 앞두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발굴 등 활발한 논의를 거쳐 올해는 ‘저염식사, 저당, 운동’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 사업의 효과를 본 환자가 만성질환을 방치하거나 관리가 되지 않는 주변인들을 권유해 만성질환관리를 시작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4주기 동안 효과를 체감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미니 인터뷰

만성질환은 환자의 자기 주도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더불어내과의원 윤여운 원장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평생 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환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도와드리는 것이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입니다. 우리 병원을 방문하는 고혈압, 당뇨 환자들에게 병원은 약 타러 오는 곳이 아니라 생활전반을 체크하고 개선점을 함께 상의하는 곳이라는 말씀을 자주 드리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난 4년간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환자 건강상태가 호전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민이 쌓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환자본인부담금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년 업그레이드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를 위한 가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검사하고 진료해서 잘 설명해드려야 하지만, 생활관리에 대한 상담도 필요해 의사 한 사람만으로는 제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케어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만성질환사업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인력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병원에 필요한 인력이라는 인식과 함께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의 영역은 서로 존중하며 상호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