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핫 스타

19년 만의 주인공, 행복 그 자체

진선규

웃다가 울다가. 요즘 배우 진선규의 마음이 이렇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웃다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또 울컥 차올라 눈물이 난다. 가족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 여기에 배우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따스한 봄바람 속에서 신나게 한강을 달리는 일상 역시 감사하다고 했다. 자신을 ‘아직도 성장하고 싶고, 성장하고 있는 배우’라고 소개하는 배우 진선규와 대화를 나눴다.

  남혜연 사진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진선규 인스타그램

달리는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배우 진선규의 또 다른 일상은 달리는 것이다.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며 건강도 회복했다. 자연스럽게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하며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게 지금의 진선규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그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두 번의 허리 디스크 수술 때문이었다.

진선규는 어릴 적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아크로바틱 서클 활동을 할 만큼 활동적인 배우였다. 관계자들 역시 진선규를 ‘몸을 굉장히 자유롭게 잘 쓰는 유연한 배우’라고 칭했고, 연극 무대나 영화 속에서 유독 액션 장면을 소화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촬영 중 허리를 다쳐 부상을 입었고, 재활로 할 수 있었던 게 달리기였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했죠. 워낙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든 게 막힌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유해진 형이 러닝화를 선물해준 게 계기가 됐어요. 그 신발을 신고 걷다가 뛰기 시작하면서 러닝에 푹 빠졌죠. 은인이죠. 달리는 것을 통해 새로운 삶이 시작됐고, 이를 더 발전시켰어요. 지금은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부터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아내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것이 큰 활력소예요. 우리 가족은 언제나 함께 달려요.”

달리는 일상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동네 뒷산을 걷기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리게 됐다. 가장 문제였던 허리에 근육이 생겼고,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찾은 만큼, 매일 달리는 루틴도 생겼다.

“저의 건강비결을 묻는다면, 무조건 ‘달리기’라고 말해요. 달리는 것은 몸을 사용하는 그 이상이죠. 지방 촬영장에서도 빼놓지 않아요. 달려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이거든요. 달리면 체력이 좋아져 어떤 힘든 촬영도 버틸 수 있는 지혜로움이 생겨요.”

19년 만의 주인공, 운명처럼 다가왔다

처음부터 빛을 본 배우는 아니다. 2004년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17년 영화 <범죄도시>의 위성락 역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그 결과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대중에게 ‘연기파 배우 진선규’라는 수식어를 각인시켰다. 올해는 영화 <카운트>(권혁재 감독)를 통해 데뷔 19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88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88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박시헌 감독의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박시헌 감독의 고향이 진해라는 점, 복싱을 애정하고 인고 끝에 목표를 성취했다는 점이 저와 같아요. 마치 운명 같았죠. 첫 주연이라는 벅찬 감동도 있고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또 이제 막 주연을 시작했다고 해서 고집하지 않아요. 좋은 작품, 역할, 배우 진선규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야죠.”

진선규는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주연배우로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거듭 다른 배우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함께해서 감사했다고 했다. 그가 이런 사람이어서일까. <범죄도시> 등 함께 작업했던 모두가 한목소리로 첫 주연작에 아낌없는 축하를 하고 있다. 근황을 말하는 어느 순간에는 눈물을 삼키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선규에게 ‘눈물’의 의미에 대해 물었더니 차분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시계의 쳇바퀴 역할로 조력하는 게 아닌 시계의 바늘이 됐잖아요. 연극할 때 주인공을 해봤어요. 그때 제가 동료 출연자들에게 했던 말이 ‘나보다 동료들이 더 잘할 수 있게 연기하고 싶다’였는데 영화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 지점이 감동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서가 아니라 단역 분들 한 분 한분 모두 리딩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그렇게 했죠. 영화를 보면서도 많은 부족함이 내 눈에 보이는데 상대 배우가 잘해주니까 영화가 좋게 좋게 흘러가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같이 했던 복싱부 팀원들, (오)나라 누나, (고)창석이 형 모두에게 다 그런 고마움이 있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이었죠.”

나의 사랑 나의 아내 박보경

그는 가장 힘들었을 때 곁에서 지켜준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배우 진선규가 존재한다고 했다.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던 순간, 가장 기쁨의 눈물을 많이 흘렸던 사람은 박보경이 아닐까. 당시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던 진선규는 소감으로 “제 와이프, 배우인데 애기 둘 키우느라 고생했다. 여보, 사랑해”를 외쳐 더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6년 후 이제는 함께 배우로서 잡지 화보를 촬영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진선규의 활약과 더불어 배우 박보경의 인지도도 함께 상승한 것. 그것도 배우 진선규의 아내 박보경이 아닌, 그 역시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생기면서 말이다.

진선규와 박보경은 2011년 결혼해 올해로 결혼 12주년을 맞았다. 슬하에 1남 1녀를 낳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특히 박보경은 지난 해 방송된 tvN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 김고은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 속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빌런으로 주목받았다.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강렬한 액션과 눈빛 연기로 단박에 화제의 인물로 올랐다.

“깜짝 놀랐고, 기뻤죠. 제가 <범죄도시>로 잘 됐을 때 아내의 기분이 이랬을까 싶었어요. 아내의 드라마가 그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어요. 저희는 장모님과 함께 사는데 저녁 9시면 주무셔서 미니 시리즈는 잘 못 보거든요. 와이프는 몰래 가서 봤더라고요. 저도 이후로 함께 봤는데, 기사도 나고 너무 신기했죠. 아내가 많은 관심을 받으니 너무 좋고 행복한데 이상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내가 자기가 좋아하는 연기를 다시 시작한 발판이 됐으니까요. 아내가 현장 나가는 게 너무 좋아요. 행복한 모습이 보여서요.”

필요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

진선규는 꾸준한 배우다. 인내심과 내공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지금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는다. 물론 배우로서 과거에 비해 위치가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을 가다가 혹여 배우 진선규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어? 배우다! 그 <범죄도시> 맞죠?”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라진 게 분명 있죠. 하지만, 절대 안주하지 않아요. 한 분 한 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요. 겸손이 아니에요. <범죄도시> 이후로 인생에 큰 변화가 왔어요. 급하게 올라온 거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어요.”

진선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이전에 비해 수입이 많아져 아내에게 덜 미안하다.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작품을 기다리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꼭 주연을 해야지’ 이건 제 목표가 아니에요. 앞으로도 계속 주인공만 할 건 아니니까. 그저 배우로 필요한 사람, 진선규로서요. 또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게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