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이 기대되는 ‘일타’ 배우
정경호는 “어쩌다 보니 (연기를 한 지) 20년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필모그래피와 면면을 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재능을 감사해하고, 신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19.8%, 최고 20.8%, 전국 기준 평균 17%, 최고 18%(닐슨코리아)를 기록해 배우 정경호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야말로 ‘일타’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배우 정경호를 만났다.
글 남혜연 사진 매니지먼트 오름, tvN
‘한결같다.’ 배우 정경호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원동력이 됐다. 연애에서도 이 같은 말은 유효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배우인 수영과 11년째 공개연인으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가족애와 밥 한 끼의 소중함을 알았다
과정도, 결과도 좋았다. 정경호는 <일타 스캔들>을 통해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확실히 얻었다. 그래서일까. <일타 스캔들>에 대한 고마움을 한껏 쏟아냈고, 속내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극 중 ‘1조 원의 사나이’라 불리는 일타 수학강사 최치열의 자신 있는 외형에 여유롭고 푸근한 마음이 덧대어져 또 다른 사람 정경호의 면면을 느낄 수 있었다.
“뻔한 내용이지만 쉽고 울림이 있어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어요. 최치열이 가족애를 깨닫게 되는 성장드라마였죠.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저랑 닮았지만, 저는 1조 원이 없어요.(웃음) 촬영 시작할 때부터 2023년 첫 드라마라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랐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끝까지 마무리가 잘된 것 같아요. 한마디로 따뜻하게 잘 마친 것 같아 만족해요.”
작품에 대한 반응과 시청률 모두 화답했고, 그 중심에는 정경호가 있었다. 촬영 전까지만 해도 막중한 책임감으로 긴장했지만, 최치열 역에 빠져들고부터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극 중 지독한 예민함에 섭식장애까지 앓던 최치열이 좋은 식재료를 쓰는 반찬가게에 매료된 뒤 서서히 인간관계와 기력을 회복해갔기 때문. 선배 전도연의 따스함과 열정 그리고 배우들과의 호흡이 그 어느때보다 좋았던 덕분에 최치열의 마음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일타 스캔들>을 시작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유별나게 많은 연락이 온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가족적인 느낌도 있고 달달한 로맨스의 시작도 있어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일타 강사와 반찬가게 사장의 로맨스가 신선했죠.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캐릭터들이 너무나 잘 살아 있음이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아! 또 하나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조리팀이 너무 잘했어요. 도시락이랑 반찬가게 반찬들도 실제로 다 조리를 한 것이었죠. 그래서 촬영 끝나면 콩자반, 멸치조림 등을 싸 왔어요.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 잊지 못하죠.”
‘바싹 마른 몸’을 ‘병약미’로 바꾼 기적
병으로 인해 몸이 쇠약하다는 뜻의 ‘병약’과 아름다울 미를 합친 병약미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었다니. 그동안 몇몇 연예인들에게도 이 수식어가 있었지만, 로맨스라는 장르가 덧대어져 ‘레전드 병약미 남주’라는 말을 탄생시킨 건 아마도 정경호가 유일할 것 같다. ‘병약미’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바꾸다니. 아마도 뛰어난 연기의 힘이 아닐까. ‘병약남주’, ‘종잇장 남친’을 실감 나게(?) 표현한 비법이 궁금했다.
“1조 원의 남자이고 직업적으로 최고이지만 밥도 못 먹고 집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그려지잖아요. 작품 이야기를 할 때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이 뭘지 생각했죠. 내가 잘할 수 있는 ‘하찮미’를 많이 첨가하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본에 나와 있는 부분에서 저다운 모습을 살리려 했죠. 다들 궁금해 하는 것도 있으시더라고요. 평소에 살 좀 쪄보려고 많이 먹고 있습니다!”
<일타 스캔들>을 준비하면서 외형적인 변화를 줄 필요는 없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김준완을 3년 했고, 연극으로 에이즈 환자역을 한 뒤 최치열을 했다. 영화 <압꾸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라 대본 첫 장에 쓰인 ‘바싹 마른 몸’에 대한 큰 부담감은 없었던 것. 과거의 작품들이 이번 연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일까. 그는 “벌크업을 해야 하는 배역 제안이 들어오면 가능한가”라는 대답에 유독 눈을 반짝였다.
“정말 그런 대본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쉼표를 가지고 싶어요. 쉬면서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려고요. 건강보다 중요한게 없잖아요. 마흔하나가 되고 보니 본격적인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하잖아요. 저도 건강검진 받으면서 건강보험에서 2년마 다 챙겨주는 국가건강검진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수영의 남자친구,
공개연애와 응원은 기분 좋은 일
두 사람의 열애가 공개된 건 지난 2013년이었다. 정경호와 수영은 연예인이 아닌 보통의 연인처럼 거리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 때문에 열애 기사가 나기 직전이나 직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까닭에 스스럼없이 상대방에 대한 얘기도 꺼내고 있다. 최근에도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는 모습이 포착, 주변 사람은 물론 팬들에게도 응원을 받고 있다.
<일타 스캔들>에 대한 여자친구 수영의 반응은 어떨까. 두 사람이 작품을 고를 때도 상의하는 만큼, 작품을 성공적으로 끝낸 남자친구 정경호에 대한 여자친구 수영의 평가가 궁금했다.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에 대해 잘 아니까 ‘그냥 오빠답네’ 그런 소리만 했죠. 실제로 그렇게 달달한 사랑꾼은 아니에요. 생각보다 일 얘기를 서로 잘 안 하는 편이죠. 상대방의 작품을 다 보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는 정도죠. 연기는 누가 조언을 한다고 바뀌지 않거든요.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기억이 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연기 20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경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간 작품을 통해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 정경호’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면, <일타 스캔들>을 통해선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로 거듭났다.
“솔직히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엊그제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늘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도 아무래도 20대 때는 제 멋에 해왔던 것 같아요. 전역하고 30대에 들어서서는 내가 좀 부진하면 ‘이 일을 못 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책임감 있게 연기를 해왔던 것 같고요. 마흔이 된 지금은 기대가 되는 사람이자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기에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날 자신의 캐릭터를 늘 꿈꾸고 있다. 여기에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동료들과의 협업”이라고 얘기하는 그다. 얼마 전 배우 박성웅이 인터뷰에서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경호”라는 말을 해 뿌듯했단다.
“성웅이 형이 해준 말처럼 진짜 그러고 싶어요. 남들이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할 거고요. 저는 지금의 제 나이가 좋지만, 또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질 거 같아요. 신인 때는 누구나 열심히 하는데, 선배님들을 보면 늘 여유가 있잖아요. 그 중간에 있는 정경호라는 배우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