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주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건강보험> 독자들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송두월
나와 아내, 그리고 가까운 곳에 사는 사돈 내외 모두가 어느새 80고개를 넘겼다. 바쁜 일이 없기에 사돈 내외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난다. 서로 친손, 외손이 있어 손주들 크는 재미에 함박웃음을 터트릴 때가 있다. 얼마 전엔 고등학교에 입학한 손주들이 ‘이제 우리도 성인이 되어가는 나이니 어린아이 취급과 지나친 꾸지람을 하지 말아 달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사돈은 35년을 당뇨병으로 고생해왔다. 다행히 건강관리를 잘해 비록 시력은 좋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고 가까운 공원 산책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다. 네 사람이 모여 지나간 추억담을 서로 들려주며 더 늙기 전에 만나 정담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나보다 재력이 나은 사돈에게 식사비를 더 내라고 하며 부자는 자선을 해야 한다고 농을 했더니 큰 부자는 아니어도 돈은 써야 좋다고 아예 식사비는 걱정 말라고 선심을 써서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늦장가를 간 장남은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봄이 오면 네 어른을 모시고 국내 여행을 하겠다고 해 달력을 보며 그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우리 모두 고령 노인이라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데 인생이 유한하여 생로병사의 길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자녀를 낳고 길러 모두 제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또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후손들이 올곧게 성장해 가문과 사회, 나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시민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 네 사람은 존경받는 노인이 되기 위해 수신제가하며 살아 있을 때 자주 만나 남은 생을 즐겁게 보내고자 한다. 그래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 영어 공부
박순구
월차를 내고 건강검진을 받은 날. 시간이 많이 남아 오후에는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다들 학습지에 학원으로 공부를 꽤 시키고 있단 걸 알게 됐다. 한글과 숫자 개념은 어느 정도 깨우쳤기에 별걱정 안 하고 있었는데 일한다는 핑계로 아이 공부에 소홀했나 싶어 은근히 걱정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 오자마다 아이를 붙들고 “오늘부터 엄마랑 영어 공부 할 거야.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밥 먹고 딱 10분씩 영어 공부 할 거니까 너도 준비하고 있어야 해. 알았지? 이제 초등학생 형인데 유치원 동생들처럼 공부 안 하면 안 되지” 하고 당부했다.
그날 저녁밥을 먹자마자 아이랑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아빠는 파더라고 하고, 엄마는 마더라고 해. 영어를 쓰는 나라 아이들은 다 이렇게 불러. 파더! 마더! 너도 이제부터 엄마한테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마더라고 불러. 아빠도 파더라고 불러. 그래야 안 잊어버리고 입에 붙지.” “근데, 왜 파더, 마더라고 불러? 그냥 엄마, 아빠 그러면 되지?” “아냐, 이건 그냥 약속이야. 다른 나라 사람은 그 나라말 쓰니까 자기네 나라말 써야 알아듣지. 너도 우리나라 말 쓰니까 잘 알아듣는 거지? 음, 여기 봐, 유튜브에서 외국 사람이 이렇게 자기네 나라 말을 사용하니까 너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지?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는 거야. 우리는 엄마, 아빠 하면 알아듣지만 이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마더, 파더라고 해야 알아들어.” 이 내용을 아이한테 이해시키는 데만도 30분은 더 걸린 것 같다. 아이는 이해한 듯이 으응~~~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곧잘 마더, 파더를 외친다.
하지만 체력이 문제. 조금 떠들었다고 금세 지친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무리하지 말자.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내자. 그래야 오래간다. 가늘고 길게 가자며 얼른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아들이 다가와 한마디 한다.
“마더?” “응?” “그런데 나는 엄마를 마더라고 부르는 것 싫어.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부를래. 엄마라고 불러야 진짜 우리 엄마 같단 말이야. 마더는 우리 엄마 같지 않고 남 같아” 하는 게 아닌가. 이 말에 옆의 남편까지 합세해서 깔깔깔 웃고 말았다.
“하하하, 쉽게 살자. 얼마나 영어를 잘하겠다고 파더, 마더 그래? 내가 아빠지, 왜 파더야? 듣는 나도 어색하다. 우리 아들, 그냥 아빠, 엄마 해” 하며 아들을 번쩍 들어 안아준다. 그래, 엄마는 엄마라 불러야 제맛이지. 우리 아들이 내일은 또 어떤 큰 웃음을 주시려나 기대된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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