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알아보는 당뇨병
당뇨병은 많이 들어 익숙한 질환이지만 사실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와는 무관하다고 가볍게 여기는 탓이다. 이번 기회에 키워드를 통해 당뇨병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고 신경 써서 예방하자.
글 박지영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대한당뇨병학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당뇨병과 가장 밀접한,
포도당과 인슐린
포도당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탄수화물의 기본 구성성분이다.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변한 뒤 혈액으로 흡수된다. 흡수된 포도당이 우리 몸의 세포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슐린은 췌장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데,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슐린이 부족해지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이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데, 이런 상태를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 당뇨병의 주요 증상, 다음·다식·다뇨
당뇨병은 무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당뇨병의 삼다 증상으로 통하는 다음(多飮)·다식(多食)·다뇨(多尿)가 나타날 수 있다.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많은 포도당 배출을 위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이때 빠져나가는 포도당과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허기와 갈증이 일어나게 된다. 이 밖에 체중 감소, 피로감, 식곤증, 치주염, 피부질환, 시야 흐림, 손이나 발의 따끔거림, 무감각 또는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당뇨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유전적 요인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 부모중 한 사람만 당뇨병인 경우 40%이고,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더 높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전부 당뇨병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으로 10세 미만 소아에서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 외에도 식습관의 서구화, 운동 부족, 비만, 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 노화와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형 당뇨병의 병태 생리는 말초 조직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 간의 포도당 생성 조절 장애, 췌장 β-세포의 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궁극적으로는 췌장 β-세포의 기능 부전 및 인슐린 분비 결함으로 이어진다. 인슐린 저항성 및 췌장의 인슐린 분비 결핍으로 인해 체내 포도당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2형 당뇨병이 발생한다.
이 외에 임신성 당뇨병이 있다. 임신 중 처음 발견됐거나 임신의 시작과 동시에 생긴 당 조절 이상을 말하며, 임신 전 진단된 당뇨병과는 구분된다. 임산부의 5~10%에서 발병하며, 대부분은 출산 후 정상화된다. 하지만 임신 중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태아 사망률 및 선천성 기형의 이환율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거대아, 기형아, 사산아를 출산한 분만력이 있는 경우, 산모가 비만한 경우, 노산인 경우, 고혈압이 있거나 요당이 나오는 경우 위험도가 높으며, 임신 24~28주에 간단한 임신성 당뇨병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 관리하자, 당뇨병 전단계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당뇨병 발생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당뇨병 전단계 판정을 받은 이들이 제법 많아진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0년 30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은 16.7%로 여섯 명 중 한 명이 당뇨병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년 전인 2011년(12.4%) 대비 4.3%p 증가한 수치이다. 하지만 가파르게 증가하는 환자 수에 비해 당뇨병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당뇨병 전단계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관리에 소홀한 사례도 많다.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더라도 비교적 젊을 때부터 운동이나 생활 습관 교정, 식단 조절 등을 실천하며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 혈당 조절,
자가 혈당 측정과 저혈당 관리
당뇨병 환자는 목표 범위 내로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당뇨병 가족력, 노화, 고위험군 등의 당뇨병 위험 인자는 조절할 수 없지만, 혈당 수치는 스스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자가 혈당 측정은 목표 범위 내로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환자 개개인과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매일 여러 차례 측정할 수도 있고, 일주일에 1~2회 측정할 수도 있다. 이는 병원 진료 시 의료진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저혈당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측정해야 한다. 저혈당이란 혈당이 70mg/dL 이하로 떨어지고 공복감, 식은땀, 침 흘림, 손 떨림, 두통, 경련, 혼수 등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저혈당 증상이 발생하면 혈당을 측정한 뒤 15g의 당분을 섭취한다. 주스 반 컵, 설탕 1큰술, 사탕 3개, 요구르트 1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섭취하면 된다. 이후 15분간 휴식을 취하고 15분 뒤 다시 혈당을 측정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
당뇨 합병증
당뇨병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뇨병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합병증에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져 나타나는 것과 반대로 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져 나타나는 것이 있다.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 당뇨병성 케톤산증 저혈당이 여기에 속한다. 만성 합병증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어려우므로 치료보다는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 발병됐다고 하더라도 혈당을 조절하여 합병증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만성 합병증에는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뇌혈관 질환, 신장 질환, 안 질환 등이 있다. 이 중 신장 기능이 떨어져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경우는 신장 이식이나 투석이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투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 당뇨병으로 알려졌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된 망막이 손상을 입는 안과 합병증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에 순환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중심부(황반부)의 침범이 일어나면서 시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당뇨병 초기에 혈당 조절이 잘 이루어지면 망막병증의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 발생한 뒤에도 철저한 혈당 조절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최소 1년마다 정밀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진행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안저검사를 받아 혈관증식성 변화를 감시해야 한다.
※ 안저검사: 동공을 통해 눈의 내부 구조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유리체, 망막, 맥락막, 시신경유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동공을 확대하지 않고 안저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동공의 크기가 작으므로 시신경유두와 황반부 주위 정도의 좁은 범위 안저만 검사 가능하다. 동공확대제 안약을 점안하여 동공확대 안저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보다 넓은 범위의 안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