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붉은 해와 함께 새 희망을 품는 도시

통영

통영 바다의 저녁 노을, 바다 위로 어선이 지나가는 풍경 이미지

‘통영’ 하면 늘 따라 붙는 수식어 ‘동양의 나폴리’. 한데 한겨울에 접어드는 이즈음에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더해진다. 바로 ‘해맞이와 해넘이 명소’. 통영은 지나간 시간에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글·사진. 정태겸

통영을 찾는 여행자는 보통 몇 가지로 나뉜다. 그중 대표적인 경우가 미식 여행. 통영은 바다에서 잡아 올린 온갖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도시다. 여기에 다찌, 우짜, 충무김밥, 꿀빵, 시락국 등 통영을 대표하는 독특한 먹거리와 음식문화까지 더해져 미식 여행에 제격이다. 두 번째로 통영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섬이다. 통영은 570여 개 섬이 에워싸고 있다. 그만큼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섬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그런데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통영의 매력이 있다. 통영은 해맞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지형이라는 것.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찾아볼 만한 여행지 다섯 곳을 미리 둘러본다.

백사장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 비진도

비진도는 통영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13km 떨어진 섬이다. 섬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550m의 사주 백사장과 산홋빛 바다가 어우러진 경관은 ‘한국의 보라카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사주 덕분에 섬의 모양새는 마치 아령처럼 생겼다. 특이하게도 서쪽 해변은 잔잔한 바다의 모래사장인 반면 동쪽은 상대적으로 거친 파도가 치는 몽돌 해변이다. 특히 비진도는 천천히 걸어서 일주하기에 좋은 섬이다. 물놀이와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무엇보다 섬의 가운데 사주에서 양쪽으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매력이다.

잔잔한 바다가 유명한 비진도의 사진, 마치 아령처럼 생긴 비진도의 풍경 이미지

통영의 여객선 선착장, 그 옆으로 빨간 등대가 보이는 이미지

한반도 바다를 지키던 섬 한산도

조선시대 수군은 좌수영과 우수영으로 나뉘어 각각 운영됐다. 좌수영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지켰고, 우수영은 경상도를 지켰다. 임진왜란 이후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하나로 통합되는데, 이것이 ‘삼도수군통제영’이다. 당시 삼도수군을 총괄 지휘하던 사령관이 이순신 장군. 그는 외진 바닷가마을에 지나지 않던 통영의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했다. ‘한산도 달 밝은 밤에 긴 칼 옆에 차고’로 시작하는 이순신 장군의 시조가 탄생한 자리가 이곳이다. 한산도는 그만큼 주변의 바다 상황을 살피기 좋은 섬이자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도 더없이 좋은 명소다.

파란 하늘과 하늘 색 바다가 돋보이는 한산도 이미지

통영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위용 세병관

한산도에 설치한 삼도수군통제영은 원균이 이끌었던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하며 한순간에 불타 버렸다.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던 수군을 수습해 반격의 기틀을 세운 것은 백의종군으로 돌아온 이순신 장군. 그는 기적처럼 얼마 남지 않은 수군을 규합해 왜군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조선은 이후 1604년(선조 37년) 지금의 통영시 문화동 자리에 통제영 본영을 다시 설치하고 290년 동안 삼도수군을 지휘하는 자리로 삼았다. 그중 객사건물인 세병관은 당시 통제영의 위용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과거에는 세병관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에 뜬 수백 척의 군선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석양이 질 무렵이면 통영만의 멋진 풍경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통영시 문화동 자리에 위치한 통제영 본영의 모습

세병관의 정문과 이를 올라가는 계단 이미지

구름 뒤로 솟아오르는 태양 욕지도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져 있는 욕지도는 평화로운 경치가 일품이다. 배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하다 보면 완만하게 솟아 있는 구릉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면 험준한 벼랑을 이루는 구간도 있어 야누스의 얼굴처럼 두 가지 매력을 지녔다. 과거에는 고등어가 많이 잡혀 고등어 파시(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열리는 곳으로도 명성을 떨쳤다. 지금도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욕지도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회로 먹는 걸 권장할 만큼 신선하고 고소하다. 욕지도에서는 구릉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을 놓치지 말자. 해질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마주치는 일몰에는 괜스레 눈물이 날 수도 있으니 운전 조심!

평화로운 경치로 유명한 욕지도의 사진, 일출과 안개가 어우러진 욕지도의 풍경 이미지

고등어 시장이 열리는 욕지도의 옛모습을 보여주는 전시회 이미지

붉게 물들어 오는 통영 미륵산

도심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 이순신공원이라면, 통영시와 바다, 그리고 저 멀리 푸른 여명을 뚫고 올라오는 태양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미륵산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기꺼이 미륵산에 오른다. 미륵산은 사실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한국의 명산 100’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타면 수월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미륵산 정상인 천왕봉에 서면 마치 땅 위에 뜬 별처럼 불빛 총총한 통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이내 불타오르듯 떠오르는 태양도 맞이할 수 있다.

미륵산을 올라가는 계단, 그 위에 올라 구름과 바다가 조화를 이룬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경 이미지

미륵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이미지

지금 보는 페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