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둘러싼 수많은 속설! 이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조성해 헌혈을 꺼리게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헌혈자가 급감해 혈액 적정 보유량에 빨간불이 켜진 요즘, 헌혈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가 시급하다.
‘헌혈하면 신경이 손상된다’, ‘다이어트에 좋다’, ‘피가 깨끗해진다’ 등 많은 속설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더해졌다. 이 같은 속설이나 낭설은 헌혈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헌혈이 정말 우리 몸에 큰 변화를 가져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는 없다. 체내 혈액량은 남자의 경우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인 남자의 몸속에는 약 5600ml, 50kg인 여자는 3500ml 정도 혈액이 들어 있다.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분이다. 일반적 전혈 헌혈 시 헌혈량은 320~400ml이므로 헌혈로 빠져나간 혈액은 이 여유분에 해당한다. 헌혈 후 하루 이틀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우리 몸은 별 변화 없이 회복된다.
에이즈부터 코로나19까지 질병 감염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헌혈 시 관련 근무자는 모두 마스크 착용 및 손 위생을 철저히 하며, 헌혈에 사용하는 기구는 모두 무균 처리한 일회용이다. 한 번 사용한 뒤 모두 폐기한다. 또 헌혈과 코로나19 감염은 의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코로나19는 수혈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혈액을 통해 감염 가능한 에이즈는 헌혈 혈액의 전수조사를 통해 이상이 없는 안전한 혈액만 공급한다. 헌혈은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로 나뉘는데, 헌혈 시 헌혈자가 선택해 진행한다. 전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으로 10~15분가량 소요된다. 성분 헌혈은 혈장과 혈소판으로 구분하며, 성분채혈기를 이용해 채혈하고자 하는 성분만 채혈한 뒤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준다. 혈장의 경우 채혈 시 30~40분, 혈소판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종류 | 금지 기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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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 | 3일 |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 또는 항생제 | 7일 |
손 습진 치료제(알리트레티노인) 여드름 치료제(이소트레티노인)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피나스테리드) |
1개월 |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두타스테리드) | 6개월 |
건선 치료제(아시트레틴) | 3년 |
헌혈하기 전에는 8시간 이상 공복을 피해야 한다. 또 최근 한 달 안에 외국에 다녀왔거나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헌혈할 수 없으므로 유의한다. 헌혈한 후에는 헌혈 부위를 10분 이상 꾹 누른다. 문지르면 멍이 생긴다. 무엇보다 15분 이상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혈 당일에는 평소보다 3~4컵의 물을 더 마셔야 손실된 혈액량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헌혈 후 긴장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으로 혈관 미주신경이 자극받아 메스꺼움, 현기증, 구토,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즉시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머리를 넣거나, 머리를 낮추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로 1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헌혈 전 500ml 정도의 물 섭취, 미리 화장실 다녀오기, 헌혈 중 다리를 발목 근처에서 꼬고 다리 근육에 힘주는 운동 등으로 예방도 가능하다.
X 헌혈하면 부족한 피를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혈액이 만들어지면서 피가 깨끗해진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재생된 피도 원래 피와 같은 성분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단, 헌혈 이후 혈액을 만드는 골수가 활성화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
X 몸속 영양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재까지 골다공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것은 칼슘 섭취 부족·여성호르몬 감소·알코올·흡연·비만 등이다. 그리고 헌혈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없고, 키가 안 자란다는 것 역시 주요 원인이 칼슘인데 헌혈은 빠져나가는 성분이 철분이고 칼슘은 극미량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해롭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X 헌혈을 하면 그만큼 피가 체외로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에 있던 혈액이 혈관 내로 바로 이동해 보충하며, 이후 며칠 또는 몇 주간 음식이나 수분 섭취 등으로 충분히 보충된다. 따라서 헌혈은 다이어트와 무관하다.
X 어지럼증의 경우 헌혈 자체가 원인이기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며, 안정을 취하면 금세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헌혈로 인해 빈혈이나 기타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 감기에 잘 걸리지 않던 사람이 헌혈 후 감기에 쉽게 걸린다는 등 면역성이 저하된다고 하는데, 사실 헌혈과 면역성은 전혀 관계가 없다.
X 혈관은 외부로부터 바늘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수축한다. 그러나 곧 본래 상태로 회복하므로 헌혈 횟수와 혈관 수축은 아무 상관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학이나 군부대, 각 기관 등의 단체 헌혈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단체 헌혈이 중단된 상태다. 우리 병원도 혈액이 거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적이 있다. 혈액 부족이 심각해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거나 출혈이 심한 외상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수혈해야 하는 환자가 많다 보니 나를 비롯해 병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위기를 넘겼다.
헌혈하면 혈관이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헌혈 시 혈관에 바늘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수축해 좁아지지만, 헌혈 후 곧 본래 상태로 회복한다. 헌혈 횟수와 혈관이 나빠지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
한 명의 헌혈자에게 채혈한 전혈 헌혈은 성분별 분리 과정을 거쳐 적혈구, 혈장, 혈소판으로 나눈다. 적혈구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은 빈혈 환자 및 수술 또는 외상에 의해 총혈액량의 15% 이상 출혈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혈소판은 혈소판 감소 환자, 혈소판 기능 이상 환자, 백혈병 환자 등의 지혈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하고, 혈장은 중증 간질환, 응고장애, 출혈량을 예측할 수 없는 출혈 환자 등에 사용한다.
일반적 헌혈인 전혈 헌혈은 헌혈일로부터 8주 후에 다음 헌혈이 가능하며,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간 헌혈 가능 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혈소판과 혈장 성분 헌혈은 성분채혈기를 이용해 혈소판과 혈장 성분만 채혈한다.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돌려주며, 헌혈일로부터 2주 후 다음 헌혈을 할 수 있고, 연 24회까지 헌혈이 가능하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 외상으로 출혈이 심한 환자, 빈혈 환자 등은 대체할 만한 치료 방법이 없다. 수혈을 해야 치료된다. 이처럼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치료약인 셈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만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헌혈한 혈액은 장기간 보관도 불가능하다(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그러므로 헌혈자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우리도 언제 수혈하는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숭고한 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