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오늘도 칼국수 한 그릇
홍재선(대전시 서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이 칼국수로 유명한 곳인데, 칼국수를 언제 먹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다행히 친구가 맛집을 안다며 나를 칼국수 식당으로 안내했다. 솔직히 친구를 따라가면서도 의아했다. 어떤 가게를 가더라도 메뉴판에서 칼국수는 흔히 볼 수 있고,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아닌가. 칼국수가 다 똑같지 생각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3대가 58년째 가게를 이어왔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오랜 전통의 칼국수 맛은 어떨지 궁금해서 얼른 주문했다. 셀프로 가져온 김치와 단무지가 새콤하게 입안을 자극했다. 잠시 후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다.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면을 넣어 끓인 국물이 꽤 걸쭉해 보였다. 몸에 좋은 들깨를 듬뿍 얹은 진득한 면발도 괜찮았다.

조심스럽게 국물을 먹어보니 바다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개운하면서 담백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한결같은 맛 때문인지 먹는 와중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어릴 적 시골 장터에 온 기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 옛 흔적을 찾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이럴 때 약간은 촌스럽지만 대대로 이어온 노포 식당을 발견할 때마다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요즘엔 이런 노포 식당을 찾아 가끔씩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곳도 재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즐거운 추억을 곱씹고 싶다. 오늘도 칼국수 한 그릇 뚝딱 비운 뒤 식당을 나선다. 지치고 힘들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가 칼국수 한 그릇에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고, 달콤한 행복이 가득 채워지는 곳.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 텃밭
김정희(인천시 연수구)

오랫동안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시골집을 팔고 시내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한 건 초여름이었다. 이사 후 80대 노모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평생 흙과 함께하며 방문만 열면 너른 마당이 있고, 소일거리로 텃밭의 김을 매고 계절마다 채소를 가꾸던 일상과 너무나 달라졌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익숙한 모든 것을 두고 왔으니 마음 둘 곳이 없으셨을 것이다.

아파트살이가 처음은 아니지만 낯선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골집을 떠난 뒤 가장 아쉬운 것은 마당에 넘쳐나던 햇빛과 손 가까이 울긋불긋한 고추며 싱싱한 상추, 쪽파, 오이가 늘 자라고 있어서 필 요할 때면 언제든 따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시골집 매수인이 내년에 이사할 예정이라며 올해 텃밭 사용을 허락해주었다. 그래서 요즘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주 기쁘게 오가고 있다. 올여름엔 긴 장마로 채소값이 급등했기에 매수인의 배려는 더욱 고마웠다. 덕분에 노모가 좋아하시는 옥수수를 한여름에 수확할 수 있었고, 방문할 때마다 무성한 호박잎 사이에 달려 있는 애호박을 찾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고추는 탄저병에 많이 상했지만, 대파와 들깨는 잘 자라고 있다. 텃밭에 갈 때면 첫사랑을 만나러 가듯 가슴이 두근거렸고, 바구니에 채소를 담아 올 때면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은 듯 포만감이 차올랐다.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흔한 푸성귀지만, 시골 텃밭에서 키운 것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노모에게도 떠나온 땅에서 수확한 채소는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노모와 나는 고추를 잔뜩 썰어 넣고 끓인 막된장에 찐 호박잎을 맛있게 싸 먹었다. 요즘은 애호박을 한아름 따와 이웃과 지인들에게 열심히 나눠주고 있다. 길지 않은 행복이지만 고향을 떠나온 허전함을 달래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준 먹거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이제는 주말농장을 알아보며 내년에는 어떤 채소를 심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중이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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