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주년 특별 인터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성우 병원장감염병 시대,
병원 방역의 표준을 만든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보험자직영병원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건강보험 정책 발전에 기여해온 일산병원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도 병원 방역의 표준을 만들며 보험자 직영 병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정책의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는 공공 병원의 의무와 가치를 김성우 병원장에게 들어보았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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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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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성우 병원장은 직원과 의료진들을 대구와 청도에 파견했을 때, 가장 마음을 졸였다.
병원 개원 20주년, 그러나 비상이다

일산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보험자 직영 병원이다. 공공 의료 서비스·국민 보건 향상과 건강보험제도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위해 2000년 3월 고양시에 개원했다. 그리고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개원 20주년이면 크고 작은 행사로 병원 안팎이 떠들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일산병원은 병원 20주년 기념행사는 고사하고 작은 자축 행사 하나 없이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로 가득한 최전방에서 말이다. 김성우 병원장은 개원 이래 최고 위기라고 말한다.

“저는 1996년부터 개원을 준비한, 그야말로 초창기 원년 멤버입니다. 일산병원의 20년을 함께해온 셈이죠. 그런 제게도 일산병원의 가장 큰 위기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코로나19 상황인 바로 지금이라고 답합니다. 지금이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원장실에서 만난 김성우 원장은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김성우 원장의 말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모든 병원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일산병원은 병원 방역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인한 보험자 직영 병원 역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치료제나 백신은 고사하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정체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 방역이나 개인 방역뿐 아니라 병원 방역 또한 큰 시험대에 올랐다. 게다가 병원은 전염병과 싸우는 최전방이다. 병원이 무너지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후, 일산병원은 올해 1월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고양시 최초이자 최대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발 빠르게 상황에 대처해나갔다. 공단에서 처음 만든 병원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시피 한 보험자 직영 병원이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일산병원 스스로 만들어가야 했다.

“초창기에는 팬데믹까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감염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메르스 정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메르스 때와는 전혀 다른 데이터가 나왔어요. 전파력이 강하다는 데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쉽게 끝나지 않겠구나 싶었죠.”

김성우 원장은 메르스와는 완전히 다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을 직감했다고.

가장 엄격한 입출입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산병원 정문 현관 출입구 모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병원 밖 주차장에 설치한
일산 SaFE 클리닉 배치도. 환자들은 음압, 의료진들은 양압이
걸리도록 해 원내 감염 요소를 차단했다.
병원 방역 표준 만들며 기업인까지 챙겨

일산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체계와 진료 체계는 빠른 속도와 까다로운 기준으로 정리된다. 병원 출입 시 모바일 시스템과 키오스크를 통해 출입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안전이 확인된 내원객은 요일별로 다른 스티커를 부착해 통제했다. 병원 직원들도 하루 두 차례 발열 체크 및 증상 보고를 정례화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레벨 D 보호구를 착용해 검체를 채취했다. 또 사태 이후에는 텐트형 진료소와 환자 대기소를 아예 견고한 조립식 건물로 다시 짓고, 일반 진료와 동선도 완전히 다르게 배치했다. 환자나 보호자 사이에 너무 까다롭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뿐 아니다. 일산병원은 해외 출장을 앞둔 기업인에게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건강 상태 확인서를 발급하는 절차를 표준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이 표준이 되어가는 가운데, 일산병원 또한 병원 방역의 기준을 만들며 병원의 K-방역을 제시했다. 더불어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원받은 중증 코로나19 감염 환자 전원에 대해 완치 후 퇴원시키는 등 공공 의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 무엇을 놓쳤을까, 혹은 더 무엇을 해야 하나 늘 살펴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음식도 1인상으로 전면 교체했어요. 한 상 차림으로 같이 먹다 보면 비말 감염의 위험이 있겠다 싶더군요.” 이런 철저함 덕분일까. 일산병원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적이 있지만, 원내 감염 관리 체계가 신속하게 발동해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1인 감염안전 검체채취부스
선별진료를 위해 아예 견고한 조립식 건물을 짓고 원내 환자와 선별진료 환자의 동선을
완벽하게 구분해 안정성을 높인 일산 SaFE 클리닉 전경
보험자 직영 병원으로 지역사회와 의료계 본보기 될 터

김성우 원장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원내 감염병 환자와 자가 격리자의 이동 동선 추적에 활용 가능한 실내 위치 정보 시스템 등을 연구 중이고,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이어질 신종 감염병 상황에 대비해 병원 확장의 필요성도 확인했다. 감염 재난 상황에서 공공 병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성우 원장은 무엇보다 철저한 개인 방역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마스크 꼭 쓰시고, 손 잘 씻으시고, 몸이 좀 안 좋으면 혼자 집에서 지내는 개인 방역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도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역학조사를 해보니 개인 방역을 잘했을 때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절망적인 거죠.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일산병원이 자리한 고양시는 여러 국공립병원부터 대학병원, 대형 민간 병원이 모여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공공 병원인 일산병원이 가장 환자가 많다. 그뿐 아니라 병원 데이터, 운영 경험, 의료 정책 등으로 지역 의료계를 선도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는 데 공공 병원과 민간 병원의 차이는 없습니다. 그건 당연한 기본 명제죠. 거기에 보험자 직영 병원으로서 일산병원은 국가 정책 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는 가치를 높이는 거죠. 앞으로도 공단과 협력해 보험자 직영 병원으로서 지역사회와 우리나라 의료계의 본보기가 되고자 합니다.”

개원 20주년을 맞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성우 병원장은 앞으로도 일산병원이 해야 하는, 일산병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산병원만의 역할을 찾는 것, 이것이 일산병원의 존재 이유라면서 말이다.

빠른 의사 결정은 일산병원 특유의 문화 중 하나다. 사진은 김성우 병원장과 이석영 홍보실장
병원도 K­-방역 시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19 대응 핵심 리스트

고양시 최초, 최대 선별진료소 운영 환자의 안전과 장기전에 대비해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설치했으며,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 가능한 조립식 건물로 전면 재설치하고 시스템을 보완했다. 또 직원 기숙사 등을 이용해 직원 대상 자가 격리실을 운영하고, 영상 통화 장치, 선별진료소 전용 이동형 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등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감염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SaFE(Safe and Fast for Everybody) 클리닉 설치 SaFE 클리닉은 선별진료, 안심 외래, 1인 감염 안전 부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원 밖 별도 공간에 설치해 원내 진입 환자와 안심진료소에서 진료하는 환자를 분리하는 시스템이다. SaFE 클리닉은 원천적 원내 감염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고, 지속적으로 환자와 의료진 등 직원들을 보호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확산 방지 기능을 담당한다.

병원 출입 통제 개선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수기 문진표를 비대면 모바일 시스템과 키오스크로 전면 교체했으며, 출입을 통제하고 체온 체크부터 해외여행 이력까지 확인한 후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원내 입장 시 요일별 색깔이 다른 팔찌나 스티커를 부착해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고, 미착용 시 외래 및 검사 등이 불가하도록 했다.

병원 내원객 통제 병원 내원객과 방문객을 통제해 병원 상주 인원을 최소화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운영하는 기존 간호·간병 통합병동의 효율적 운영 등에 힘입어 차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수시로 병원 내 감염원에 대한 지속적 관리 ‘Safety Watch Team’ 운영 등으로 병원 내 간과할 수 있는 감염원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가동해 수시로 대응 전략을 만들었다. 병원 내 콜센터 좌석 간 파티션 높이를 상향하고, 근무 공간을 분리하는 등 업무 공간의 근접 거리 감염을 최소화했을 뿐 아니라 장례식장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음식도 1인상으로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