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가이드

초록빛 5월, 그리고 매실

기온이 올라가면 자칫 상한 음식을 모르고 먹는
경우가 있다.
이때 ‘천연 소화제’라고 불리는 매실이
도움이 된다. 꽃이 난 자리에 파란 매실이 알알이
맺히는 5월, 더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매실에 대해 알아본다.

강은진

/

참고자료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매실
익은 정도, 가공법 따라 이름도 제각각

계절이 무르익고 때가 되어 열매가 맺히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탐스러운 매실이 열리는 계절은 특히 그러하다.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알리듯 꽃망울을 틔우는 꽃이 매화이고, 이 매화나무 열매가 매실이다. 매실은 익은 정도나 가공법에 따라 생김새도 이름도 다르다. 가령, 콩보다 조금 큰 정도의 ‘소매’가 있는가 하면 살구알과 맞먹는 크기의 ‘왕매실’, 솜털이 유난히 많은 매실, 열매가 다 자란 뒤에도 골이 깊게 남는 매실도 있다. 익은 정도에 따라 풋매실·청매실·황매실로 나뉜다. 풋매실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덜 익은 매실이고, 청매실은 씨앗이 단단하게 굳어 다 자란 매실이다. 청매실이 더 익어 과피에 노란 기가 돌면 황매실이라고 부르는데, 오래 익은 만큼 과육이 물러 흠이 나기 쉽다. 매실을 가공법으로 따지면 ‘오매’·‘금매’·‘백매’로도 분류할 수 있다. 오매는 청매의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이다. 가래를 삭이고 구토·갈증·이질·술독을 푸는 한약재로도 쓰인다. 금매는 청매를 증기로 쪄서 말린 것으로 술 담그는 데 사용된다. 또, 청매를 묽은 소금물에 하룻밤 절인 다음 햇볕에 말린 결과물이 백매다.

때론 소화제, 때론 지사제 등 여러 효능

매실 하면 단맛과 동시에 신맛이 떠오르는데, 이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 소화제 기능을 한다. ‘천연 소화제’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 신맛 성분의 유기산은 소화액을 분비하고, 설사가 났을 땐 지사제 역할도 한다. 열을 흡수하는 성질도 있어 열감기, 몸살 등을 앓을 때 매실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을 갈증과 가슴의 열기를 없애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실에 든 피크린산은 위장의 유해균을 없애 식중독을 예방한다. ‘매실은 음식물의 독, 핏속의 독, 물의 독 3독을 없앤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매실과 회를 함께 먹으면 좋다고 알려진 건 그 때문이다. 칼에 베이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도 매실을 활용해보자. 해독 작용이 뛰어난 덕에 매실 농축액을 상처 부위에 바르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다만 매실은 위산이 많이 분비되므로 평소 속 쓰림을 느끼거나 치아가 약한 사람이라면 생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매실
씨앗 성분은 주의해야

매실을 두고 ‘나무에서 열리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씨에 든 아미그달린 성분이 분해되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과실이 익을수록 독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잘 익은 매실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아미그달린은 숙성 기간이 1년을 지나거나 가열하면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매실을 설탕에 절이거나 술을 담가 먹으면 안전하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실주를 담글 때 씨앗을 제거한 매실을 사용하거나, 담근 후 100일 이내에 씨앗을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한편 매실은 껍질이 깨끗하고 벌레 먹은 자국이나 상처가 없는 것을 골라야 한다. 2~3cm 크기의 타원형에 푸른색이 선명하고, 과육이 통통하며 단단한 것이 좋다. 구입하면 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말끔히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냉장 보관하면 된다. 때에 따라 청으로, 양념장으로, 장아찌로 즐기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단, 매실청이나 장아찌를 만들 땐 보관 용기를 미리 소독해 곰팡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길.

매실 활용법

매실청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3개월 이상 우려낸 매실 원액으로, 가장 대표적인 매실 활용법이다. 대추를 넣으면 풍미와 영양까지 더해지니 참고할 것. 맛이 우러날 대로 우러난 건더기는 건져내 설탕과 꿀에 조리면 정과로 먹을 수 있다.

매실 농축액 강한 신맛이 특징이다. 매실을 48시간 이상 은근하게 조려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몸이 피곤할 때, 감기, 설사, 배탈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실주 상하지 않은 매실을 골라 낮은 도수의 술에 담가,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비린내 나는 음식에 뿌리면 냄새가 가시고 음식과 곁들이면 뒷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한 잔 정도는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매실장아찌 매실 꼭지를 바늘이나 이쑤시개로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쓴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매실 양쪽 세로선에 칼집을 넣어 씨와 과육을 분리한 뒤, 보관 용기에 설탕을 켜켜이 담는다. 그다음 용기 뚜껑을 덮고 서늘한 곳에 2주일 정도 두었다가 냉장 보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