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GOOD FOR HEALTH

즐거운 만남
GONG HYO JIN

스릴러 퀸이지만
사랑스러워

공블리

배우 공효진

처음엔 ‘공블리’란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민망했다는 배우 공효진. 이제 그는 그 말이 고맙다고 말한다. 오랜수식어를 가지는 것이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중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배우 공효진이 그 사랑스러운 매력을 잠시 접어두고 스릴러 퀸으로 돌아왔다. 영화 <도어락>에서 그는 1인가구 범죄 피해자 ‘경민’ 역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작품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공블리’란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이었다.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도어락>에 대한 촬영 후기와 자신의 연기 노선,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마음 등을 소탈하게 털어놨다.

글. 이다원 기자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내년이 벌써 데뷔 20주년이에요.

이제 곧 나이 앞에 ‘4’자를 달게 되네요.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도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 있어요. 다가올 내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친구들과 모이면 그렇게 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나이가 많이 느껴진다는 뜻인가요?

글쎄요. 몇 년 전 공식석상에서 백지연 앵커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세상 다 산 것처럼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백지연 앵커가 “지금 내 나이가 되면 효진 씨 나이가 너무나 어렸구나란 생각이 들 거예요. 그때는 너무 늦었어, 한발 늦었어란 마음이 드는데 너무 후회되더라고요”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왜 이 아까운 1년, 1년을 ‘늦었어’라고 하면서 살까. 왜 이 시간을, 내 나이를 폄훼할까.
스스로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겠네요?

네. 이젠 10년 후에도 제게 너무 미안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나이드는 게 아직도 겁나긴 하지만, 제 주위에서도 ‘결혼? 안해도 된다’고 해주더라고요. 절 위로하려고 그러는 말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겠어요.

사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남들보단 약한 편이에요. 요즘 넘쳐나는 뉴스 때문에 수많은 사건을 너무 세세하게 알게되는 것 같아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로서 사람과 친하고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데, 괜히 그런 이슈들로 예민해지면 사진만 찍혀도 버럭 화를 내게 되니까요.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전 관객에게 쉬운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런데도 영화 관계자들은 절 어려운 배우로 인식하더라고요.
‘효진 씨는 이런 영화를 안 좋아할 것 같다’ 등의 생각이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영화계에선 호불호가 강한 배우가 됐더라고요.”

연기나 삶에 있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또 연기를 하려면 악한 캐릭터라도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걸 반복하다보니 실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도 많으시잖아요. 송윤아, 엄지원, 손예진 등 여배우들의 모임도 유명하고요.

그런가요? 어떻게 모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인연으로 만난 모임이에요. 3년 전 쯤엔 우르르 여행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다같이 싱가포르도 다녀왔죠. 가끔 여행이 가고 싶어도 연예인이 아닌 친구들과는 시간이 잘 맞지 않아 ‘같이 가자’고 말하기 어려운데, 이 친구들은 같이 여행가자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죠. 손예진과는 둘이서 온천여행도 다녀왔어요.

그럼 공효진 씨는 그 모임에선 주로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전 술도 못 마셔요. 그래서 주로 듣는 편이죠. 그래도 먼저 가는 사람들 보내고 끝까지 남아 있어요. 가끔은 모임에 앉아 있다가 ‘난 여기서 뭘하고 있지’ 그런 생각도 한답니다. 하하.

드라마에 비해 스크린 속 공효진을 떠올리면, 극과 극의 행보를 걸어온 것 같아요. 이를 테면 독특한 캐릭터에 매료된다든가.

전 관객에게 쉬운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런데도 영화 관계자들은 절 어려운 배우로 인식하더라고요. ‘효진 씨는 이런 영화를 안 좋아할 것 같다’ 등의 생각이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영화계에선 호불호가 강한 배우가 됐더라고요.

<미쓰 홍당무>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도어락>까지 그동안 필모그래피를 보면 평범한 장르는 아니니까요.

그렇죠. 지금까지 선택한 영화들을 보니 ‘쉬운 작품은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들긴 해요. 쉬운 캐릭터를 선택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 그래서 <도어락>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작용을 했어요. ‘경민’은 평범한 캐릭터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간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한 이유는 대중과 거리감을 좁히고, 집에 있는 어머니, 아버지, 또 초등학생 팬들에게까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에 비해 영화에서는 드라마 속 착한 캐릭터를 벗어 던지고 그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나 봐요.

그러다보면 또 영화 분야에서 갈증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 오히려 좋아하는 배우의 본모습이 다 안 나오면 관객은 더 아쉬워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사람이 가진 재능은 한정적이라 빨리 소진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매번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려는 거고요. 요즘도 새로운 배역을 맡을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걸요. 정말 매력적인 일 같아요.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하면 아쉬움도 들 것 같아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배우에게 아쉬움은 정말 좋은 자극제인 것 같아요. 비슷한 역을 너무 자주하면 관객이 짜증낼 수도 있고요. 보기에 재미없는 역을 연기하면, 저 역시도 배우로서 재미 없거든요. 차라리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현명한 것 아닐까 싶어요.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배우 공효진이 추천하는 책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미쓰 홍당무>를 함께 작업한 이경미 감독이 쓰신 책이에요.
책을 펼친 순간부터 끝까지 깔깔 웃었거든요.
감독님의 솔직한 글에 위로 받게 되고, 고민하고 공감하게 되더라고요.”